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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Oct 22. 2024

무뇌변호사

옐로커피 YELO COFFEE


주말 동안 시간이 생겼다.

아이들과 어디를 갈까 생각을 하다가 근처 카페를 검색했고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조용히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먹거리가 있으면 더 좋고. 


찾은 곳은 고양시 변두리에 있는 <YELO>라는 카페다. 

일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주차장이 넓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으나 그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했다. 

옐로카페는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어 야외에도 자리가 있었다. 



요즘 카페의 트렌드인지, 카페 내부에는 많은 화분과 풀들이 가득했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과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베이커리도 함께 있어 빵과 쿠키를 함께 주문했다. 

혼자 카페에 오면 커피만 시키지만 아이들과 함께 오면 어떤 것이든 입이 심심하지 않게 뭔가 물고 있을 만한 것들을 시킨다. 

(그래야 책을 읽을 수 있다. ㅋㅋ)

나는 이 카페의 시그니처 커피를 주문하고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이제 아이들도 카페를 종종 오다 보니 마실 것을 하나씩 주문하면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둘이서 의논하여 한 잔의 음료만 시키고 쿠키나 빵을 주문하기도 한다. 




오늘 읽은 책은 신조하 작가의 [무뇌 변호사]라는 소설이다. 

워낙 안드로이드 로봇에 관련된 소설이 많아서 이 역시 그런 소설 중 하나라고만 생각을 하고 읽었다. 

어떤 작가님이 SNS에서 이 책을 강추했는데 강추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정말 강추.



제목에서 보다시피 뇌가 없는, 안드로이드 변호사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으로 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상대 변호사의 데이터를 분석해 허점을 노리고 결국 재판을 승소한다. 


무뇌증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은 '투명한 뇌'를 가졌기 때문이다. 

신경계와 각종 기능을 갖춘 '투명한 뇌'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세 편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첫 번째 소설은 <피 흘리지 않는 제물>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가 안드로이드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다룬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다크 피드에는 목이 뚫린 박호근이 컥컥 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자신의 피에 잠겨 죽는 모습이 돌아다녔다. 
해커들은 순식간에 호텔을 해킹해 영상을 빼내었다. p43


요즘 같은 불공정한 판결이 기사로 날 때마다 AI판사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읽어서일까?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했다. 


안드로이드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인간들에 대한 재판처럼 긴 변론과 증인신문은 사치다. 
인공지능 판사의 재판 지휘는 늘 능숙하다. 공간이 순식간에 정돈되었다. p93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가 그 인간을 헤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는 혼돈 속으로 빠질 것 같다. 감정이 없는 안드로이드가 갑자기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자신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의 복수를 자신의 감정으로 하게 된다면?

인간을 넘어선다고 해서 모든 것을 셧다운 시킬 순 없을 것이다. 


인간을 대신해 비둘기와 양들은 마음껏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위대한 인간들은 결국 피가 흐르지 않는 제물을 만들어냈지만, 가끔은 죄인이 직접 제단에 올라 피를 흘리는 것도 마땅한 일이었다. p127


주인공이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및 배경이 SF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강현실,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다양한 내용이 언급됐다. 


두 번째 소설은 <복종하는 뇌>이다. 

가사운영체제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한 남자는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변호사를 선임한다. 남자는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아내를 만난 변호사는 뭔가 석연치 않은 흔적을 발견한다. 

대화를 하면서 변호사의 해파리를 스쳐가는 어떤 흑백 잔상이 나를 놀라게 했다. 

헉, 하며 뒷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아이를 그렇게 해친 건 누굴까? 


작가님, 작가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녀석들은 마치 작가님의 분신과도 같다고요. 한 집에 '두 주인'이 있을 수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p162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소설은 꼭 직접 읽어봐야 한다. 


세 번째 소설은 <기억과 유전자의 밤>이다.

두 편까지 쉼 없이 읽었기 때문에 세 번째 소설에 기대가 컸다. 


거대 제조업체의 검증 오류로 인해 마구 방출된 '카몰릭'이라는 방사능성 오염물질은 이십 년 전, 소녀가 태어난 동네의 주민들 태반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p167


일단 이 문장까지 읽고 이 작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의 고용주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안드로이드 오혜성은 그녀의 고용주 오민아의 요청, 즉 기억삭제를 거부했다.

자신과 함께 한 60년 동안의 기억을 왜 삭제하려고 했을까?  고용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안드로이드는 고용주 모친의 기억을 이식받았고 그 기억의 소유권은 상속자인 오민아에게 있다. 

즉 안드로이드는 오민아의 어머니로 육십 년간 살아왔던 것이다. 

내 가족의 기억을 인식받은 안드로이드라면 삭제하고 싶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삭제하고 싶어 할까?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읽다 보니 책의 맨 뒷장까지 왔다. 

이 소설은 좀 슬펐다. 왜 오민아가 오혜성의 기억을 지우려 하는지 정말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약자건 강자건 그런 논리에는 난 관심 없어.
약자와 강자는 늘 변하는 거야. p197


이 소설로 인해 나는 또 작가파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신조하'작가의 책들을 살펴보기 위해 내일은 도서관에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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