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의도 집회 때 둘째를 데리고 갔다. 마침 그날 가까스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길거리에 있던 시민들이 모두 만세를 불렀던 날이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함께 했던 국민들이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날이다.
둘째와 한강라면도 하나씩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현재 아직 선고가 나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대대적인 집회가 열린다 하여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첫째가 광화문에 가고 싶다고 했다.
중2가 된 후 부모를 따라 어딜 가는 걸 피했던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니 바로 집회가방을 쌌다.
우리가 광화문에 간 날은 이미 비상행동 집회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내렸더니 의자를 치우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어제 정말 수고 많으셨다. 다음 주에도 나오시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 잘못 온 건가? 했다.
광화문역에서 종각으로 걸어가며 예전에 다녔던 회사도 보았다. 아이에게 이곳이 엄마, 아빠가 다녔던 회사이고 너희들이 어렸을 때 1층 카페에서 아빠를 기다리기도 했다고 하니 아이가 기억했다. 동생의 떼를 기억했다.
아이와 함께 그 카페에서 달고나라테를 주문해서 들고 나와 인증샷을 찍었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걸어갔지만 그곳 역시 태극기 부대가 판을 치고 있었다. 다시 돌아 안국역으로 갔다.
노인들이 전광훈 목사가 나오는 영상을 틀어놓고 의자에 앉아 보고 있었다.
아이는 겁을 냈다. 나도 이곳이 싫었다. 빠른 걸음으로 열린송현 녹지광장으로 걸어갔다.
드디어 도착한 광화문에서는 단식투쟁을 하고 계신 분도 계셨다.
얼마나 사람들이 더 쓰러져야 내려올까?
얼마나 더 다쳐야 선고를 할까?
이상한 사회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탈옥했다고 손뼉 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사회를 넘겨주고 싶지 않다.
제발 제대로 된 사회가 되어가기를.
빠른 시일 내 탄핵 선고를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