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Dec 30. 2022

항상 보고픈 엄마

1박 2일 출장을 마치고

투입된 사업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주, 성과보고회를 겸한 워크숍이 1박 2일 동안 경주 라한호텔에서 이루어졌다.

9월, 거제도에서 있었던 ICT-SW 인의 행사, 체육대회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라 6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성과를 보고했다.

두 아이를 두고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던 건 지방에서 올라와주신 엄마 덕분이었다.


올해 허리 수술을 한 엄마는 거동이 썩 편해 보이진 않았다.

수술한 직후 진통주사를 맞지 않으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보였고 힘겨워하는 엄마 목소리가 계속 맘에 걸렸다.

과연 내가 출장을 다녀와도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엄마는 흔쾌히 딸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셨다.

"엄마, 잘 부탁해요."

엄마는 새벽같이 나가는 딸에게 사과를 계속 입 안에 먹여주었다.



출장을 가 있는 동안 나는 생각보다 편하게 일을 볼 수 있었다.

발표회 시간이 좀 지루하긴 했지만 나름 견딜 수 있었다.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사람들과 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다음 날 또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리단 길이라는 곳을 거닐며 나는 내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장소를 옮겨 카페를 가서는 커피를 기다리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점심은? 허리는 어때?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거리를 걷는 동안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경주역에서 황남빵을 샀다.

꽤 무거운 종이가방을 들고 기차에 올랐다.

책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커피를 마시곤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 너머 내 모습이 보인다.

이제 마흔을 넘긴 나이가 보이는 얼굴.

그 나이만큼 더 나이가 든 엄마.


집에 돌아오니 집 안이 멀끔하다.

또 얼마나 청소를 하고 닦았을까.

딸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반찬을 하고 손자, 손녀 먹을 것을 입에 물렸다.

엄마와 저녁을 먹고 잠시 정리를 하고 방에 들어가 함께 잠자리에 누웠다.


도란도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잠을 아주 푹 잤고 엄마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엄마가 다시 돌아갈 기차시간을 바꾼다고 했다.

내가 오기만을 기다려 시간을 바꾸었다.

휴대폰을 바꿔준 것도, 앱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알려준 것도 큰 딸인 내가 거의 다 했다.

그게 내 의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엄마가 삼 남매 중 가장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상대라서, 그래도 셋 중에 성질을 내지 않고 알려주는 자식이라서 그럴 것이다.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몇 번을 말해도, 가르쳐주어도 딴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또 가르치고 알려준다.

그렇게 엄마는 나를 키웠을 것이다.


기차에 오르는 엄마를 배웅하며 캐리어를 짐칸에 올렸다.

역무원에게 연로하신 노인의 가방을 부탁하며 나는 기차에서 내렸다.

엄마는 연신 손을 흔들며 가라고 했다.

나 역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잠시 후 기차에서 떨어지라는 역무원의 소리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창 너머 엄마는 또다시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흔든다.


기차는 떠나고, 멀리 떠나가는 기차를 보며 나는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계속해서 이 배웅은 할 수 있을까?

배웅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


기차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지나간 후에야 나는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미남이는 포미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