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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10. 2023

둘째 날

고봉산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한 하늘.

과연 가도 될까?

등산화를 구입하고 난 다음날, 비가 왔다.

그리고 오늘은 짙은 안개가 눈앞을 가릴 정도.

오늘도 접어야 하는 건가?

10시가 넘어서자, 거짓말처럼 해가 나오고 안개는 사라졌다.


결혼할 때 샀던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필라테스할 때 입었던 레깅스를 입었다.

등산화를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양말을 신고 드디어 '새삥' 등산화를 신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소중한 내 다리를 위해 차를 몰고(?)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조금씩 천천히 올라갔다.


산을 오르면 길은 항상 있다.

어떤 길이든 항상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선택은 내 몫이고 그 결과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빛은 들어온다.

겨울은 그 틈 사이로 빛이 많이 들어오지만 봄, 여름은 더 적게 들어오겠지?

시원하겠지. 아주 많이.


원래 산을 오르면 앞을 보고 가는 게 좋다고 하던데, 나는 뒤를 한 번 돌아봤다.

내가 걸어온 길.

이 높은 산을 내가 걸어왔구나.


산을 오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것.

갈림길에서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

생각보다 혼자 산행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신발은 정말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


아, 그리고 돌이 정말 많다는 것.



장사바위

"장사바위는 어디로 가야 하죠?"

"저게 장사바윈데."

"아......"


바로 뒤에 바위가 있었는데 그게 장사바위였다.


이 바위를 봤으니 내려가려고 했다.

근데 너무 짧은 시간을 등산을 해서 아쉽기도 하여,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얽히고설키고.

나무들도 꽤 힘들 것 같다.


잠시 바위에 앉아 쉬어가기로 했다.

물도 마시고, 남편이 타준 믹스커피도 마셨다.

이번엔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 견과류는 그대로 남겨왔다.


등산화는 정말 잘 산 것 같다.

처음엔 첫 산행 때 함께 했던 지인의 신발을 사려고 했는데 발목이 약해 아킬레스건염을 달고 사는 내가 발목이 없는 신발을 신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중등산화를 구입했다.

그 라인에서는 최고급 사양.

지불은 남편의 지갑에서. :)


삶도 갈림길이 있다.

편하지만 오래 걸리는 길, 짧지만 힘든 길.

오늘은 짧지만 힘든 길을 선택해서 올라갔다.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이 정도 산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비가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멀리 보이기도 했다.

정말 맑은 날은 더 예쁜 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절. 영천사.


얼룩 고양이 한 마리.


누렁 고양이 한 마리.


까치도.


혼자서 잘 다녀왔다.

홀로 산행은 처음 해봤다.

세상에 태어나 등산이라고 하면 올라갔다 내려올 걸 왜 올라가냐고 했던 나인데,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시작했을까 싶다.

다음엔 어떤 산을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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