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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16. 2023

셋째 날

노고산

아침부터 서둘렀다.

가족들이 모두 집을 나서고 난 후 간단하게 집 정리를 하고 차를 몰고 목적지로 출발.

흥국사에서 보통 많이들 출발한다고 해서 절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시동을 걸 때부터 뜨던 에러메시지가 시동을 꺼도 사라지지 않아서 찾아보니 세팅방법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안내해 준 대로 세팅을 했더니 메시지는 사라졌다.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떼를 지어 내리는 바람에 잠시 차에 머물다가 내렸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지도가 있지만 막상 올라가면 꽤 많은 길이 있다.

그래서 길을 잃기도 하는 듯하고.

유명한 절이었던 건지 어린이집 차량이 3대 정도 주차를 했고 꽤 많은 어린아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평지에서 손을 맞잡고 선생님 말씀을 따라 둥글게 돌기도 하고 돌멩이를 보기도 하며 숲을 체험하는 듯했다.


그냥 산길을 올라가는 어떤 행인으로 알았는지 처음엔 다들 쳐다보다가 이내 선생님을 따라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돌을 쌓아둔 탑을 보고 이건 많은 이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둔 돌들이 무너뜨리지 말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다.


북한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노고산이라고 들었다.

나무에 가려져 있을 땐 몰랐지만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다 평지를 지나고 숨을 돌리면서 고개를 돌려 본 북한산은 정말 멋졌다.

저 바위들을 타고 타고 올라가는 거겠지?


다들 북한산은 높은 산이라고 겁을 줬다.

5번 정도의 산행을 한 후 도전해보려고 한다.


앙상한 나뭇가지, 간혹 보이는 초록색 잎 사이로 보이는 북한산을 보며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북한산을 오르면 북한산을 바라보지 못하지만 북한산을 향해 뻗어있는 산을 오르면 북한산을 볼 수 있다.

나 자신은 온전히 나를 볼 수 없겠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을 통해 나를 알아볼 수 있겠지.

산은 또 나에게 메시지를 준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쭉쭉 뻗은 나무 줄기와 푸르른 잎사귀 사이로 살짝 보이는 파란 하늘, 그리고 태양이 조금이라도 비치면 더 좋고.

산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 중에는 이런 사진이 하나씩 꼭 있다.


사실 이 산을 오르면서 등산로가 아닌 길을 올라갔다.

길도 아니지.

네 발로 기어 올라간다는 게 이런 것이었구나 생각하며 살구빛 나뭇잎을 무수히 짚으며 올라갔다.

올라가자 길다운 길을 만났고 이 길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강아지 한 마리와 산행을 하던 분을 만났는데 정말 사뿐사뿐 올라가던 강아지의 모습에 저렇게 산행을 하니 살이 안 찌는 것인가 싶었다.

강아지는 굉장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가고 견주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물론 이들은 잘 올라갔다.

나는 뒤쳐져 한참을 밧줄을 잡고 서 있었다


한참을 걷고 또 걸으니 그들이 내려왔다.

정상에 벌써 다녀온 모양이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좀 더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이런 표지판이 계속 보였다.

무엇인가 찾아보았다.


국가지점번호(國家地點番號)는 국토 및 해양을 격자형으로 일정하게 구획한 지점에 부여한 번호이다. 
한글 문자 2개, 아라비아 숫자 8개를 조합하여 나타내며, 전국을 하나의 좌표체계로 표현한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소관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여러 곳을 다녀봐야 하는 것 같다.

뭔가 배우질 않는가?


드디어 도착!

이 정상석을 실제로 보다니.

오르는 내내 그냥 내려가는 게 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정상까지 올라왔는데 이 돌을 보자니 너무 멋진 돌이 아니겠는가.

영롱하다.


어떤 산악회에서 세웠다고 하는데 참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멋지다.

어떤 색도 섞이지 않은 파란 하늘, 물을 흩뿌린 듯한 구름을 향해 뻗어있는 북한산.

그리고 그 북한산을 향해 손짓하는 듯한 나뭇가지들.


이 글을 쓰면서 사진을 바라보는데 청아한 구름들이 생각난다.



남편이 사준 에너지바. 

그리고 믹스커피를 탄 작은 보온병.

물을 가득 담은 텀블러.


심학산을 오를 때보다는 허기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에너지바와 견과류, 초코칩쿠키를 먹었더니 나름 하산할 때까지 견딜만했다.



노고산 정상석과 열심히 걸어온 발을 같이 찍었다.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멀어 보인다. 


산의 정상에 나는 도착했다.

이 기분을 만끽하리라.


천천히 마시고, 천천히 음미하고,

그리고 다시 신발 끈을 묶었다.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컷.

언젠가는 저 산을 오르는 날이 오겠지.

바위로 뒤덮인 저 산을.

자, 이제 내려가야지.

내려가는 길은 주룩주룩.

밧줄이 없었다면 정상적 보행이 힘들었을 것 같다.

밧줄에 매달려 내려가는 기분으로 내려갔다.


무릎 안쪽에 통증이 왔다.

아, 이래서 스틱을 갖고 다니는구나.


다음에 올 땐 스틱을 준비해서 와야겠다.


내려오는 길을 잘못 들어 저수지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산책을 하던 개도, 견주도 평화로워 보였고 그 장면을 한 장의 사진에 담고 싶었다.

이곳은 이대로 보호가 되면 좋겠다. 


앙상한 나무들과는 대비가 되는 하늘.

파스텔톤의 하늘에 하얀 연기가 흩뿌려졌다.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내려가다 또 4족 보행을 했다.

왜 나는 이렇게 길을 모르는가.


트랭글의 지도를 보면서, 위치도 함께 보며 가는데도 비슷비슷해 보이는 길에서 헷갈리고 결곡 네 발로 기어 올라갔다.

이번엔 조금 무서웠다.

분명 하산을 하고 있는데 다시 정상으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배터리도 30%가 채 안된다.

어, 나 이러다도 낙오되는 거 아니야?

최대한 휴대폰을 안 보기로 했다.


드디어 이정표를 발견했고 그 자리에 있던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집에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앞으로는 모험을 하지 않겠다.

처음 가 본 산을 내려올 때 절대 모험하지 않을 것이고 호기심을 갖지 않겠다.

다짐하고 결심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려왔다.

흥국사는 평안해 보였다.

내가 산에서 구르든, 네 발로 기었든 이곳은 평화로웠다.




차에 오르니 배가 고팠다.


집 근처 김밥집에 들러 고추냉이김밥, 계란말이김밥, 왕순이김밥을 샀다.

모두 다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한 줄만 들어갔다.

위장도 늙었나 보다.


맛있다.

음.

거룩한 김밥님.




초록색이 안내길이고 주황색이 내가 걸어온 길. 겹치지 않은 길은 사족보행을 한 길.


노고산 산행 기록 7.66km, 3시간 36분.


다음 산행 때까지 근육통이 좀 있을 것 같다. 

무사히 산행 완료.


#노고산, #산행,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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