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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

똥 손의 작품

by 노아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자존감 낮은 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라며 좀처럼 부러워하진 않지만 유일하게 남이 가진 재능 중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전시회를 보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부터

'이런 것도 그림이라고?'까지

적나라하게 마음속으로 평가해본다.


이렇게 마음 내키는 대로 평가를 하다가도 절대 쉽사리 말을 못 하는 작품이 있다.

신랄하게 비판할 수도 없는,

어색하더라도 바른말을 하지 못하는,

그러한 작품을 그리는 사람.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린 아이의 작품만큼은 손바닥을 마주치며 이렇게 멋진 작품은 처음 보았다는 뉘앙스를 풀풀 풍겨야 한다.

단지 아이라서 그렇다기보단 그 작은 손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한 노력이 가상하여 함부로 내가 가타부타 말을 할 입장이 안되었다.

그래서도 안되고.


초등학교 4학년 딸의 그림


아이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는 시간은 바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집중해서 그리는 모습을 보면 시력이 걱정될 정도다.

무얼 그렇게 그리나 싶어 다가가면 누가 옆에 온 줄도 모르고 그림 삼매경이다.


하루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그림을 그리고, 엄마는 글을 써서 그림책을 만들어볼까?"하고.

무조건 좋단다.


올해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열심히 습작을 해야겠다.

글이 몇 편 실린 실력으로는 아이에게 대 보지도 못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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