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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무조건 쓰기

by 노아나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어려서부터 무언가 끄적이는 걸 좋아했다.

그림을 그리는 대회는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글쓰기대회는 그냥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었기에 훨씬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공책을 펼치고 정성을 다해 글씨를 써내려가다가 작은 메모지가 있으면 거기에 무언가를 썼다.

다이어리라는 존재를 알았을 땐 그 물건을 꾸미기도 하며 내 글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글들과 함께 늘어갔던 것은 책을 읽는 시간들.


책이라면 다 좋았던 시절,

엄마가 외숙모 아시는 분 소개로 전집을 들이셨다.

그 때 집에 작은 다락방이 있었는데 나는 '작은 아씨들' 에 나오는 '조'를 흉내내며 책을 읽었다.

사과 하나와 책 한 권을 들고 다락방으로 올라가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내면에 책들을 쌓아갔다.


그 힘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밥벌이로 가진 직업, 프로그래머로 일주일을 꽉 채워 일을 하면 번아웃이 왔다.

그런 주말엔 한참 잠 속을 헤매다 깨어나면 손으로 집어 들었더 것은 책이었다.

책을 읽고 조금씩 그 느낌들을 써내려갔다.

다른 이들처럼 책 속의 내용을 따로 적진 않았다.

글을 읽었을 때 그 느낌 그대로, 때론 심플하게 때론 감정을 휘몰아치며 썼다.


꾸준히 글을 썼더니 공모전에 당선도 되고 책에 글이 실리기도 했다.

믿고 따랐던 잡지사의 편집장님의 연락두절로 내 글은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했다.

나도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삶은 살아졌다.

내가 원하는 삶이든, 타인에 의한 삶이든, 어떻게든 살아졌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내 몸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플 시점이 오고 나니 글이 다시 쓰고 싶어졌다.

예전과 다르게 막 끄적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써보고 싶어졌다.


이제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내 나이가 사뭇 걱정이 되었다.

과연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지금 이걸 굳이 시작해도 괜찮을까?

고민을 해보다가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기로 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컨텐츠학과에 지원을 했고 (자기기술서를 작성하는 것이 꽤 어려웠다.) 2022년부터 신입생이 되었다.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그냥 써보기로 했다.

내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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