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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Sep 06. 2023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동기들과 소설론 세미나 준비하면서

퇴근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맡은 장의 발제문을 작성해야 해서다. 책 내용 중 가장 앞부분에 있는 장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도 읽는 진도가 나가질 않는 것인지. 내 머리를 탓하며 읽다가 아무래도 배설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노트북을 펼쳤다.

가장 앞부분이다. 그 말은 책을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내용 연결을 짓지 않아도 되므로 이 장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나는 제대로 요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한글로 쓰인 책이고, 한국어로 읽어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한 번 더 읽었다.

처음 읽을 때 밑줄 친 부분을 스티커로 바꿔가며 다시 읽었다. 처음 보는 단어는 국어대사전을 띄워 검색해 보며 읽었다. 처음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지나가는 것만 같다. 후반부로 넘어가자, 또 이해가 안 된다. 그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이해가 안 된다. 다시 읽어본다.

이 방법을 몇 번 반복하니 이제야 그 단락이 이해가 된다.

과연 나는 정말 돌일까?


한 번 더 읽었다.

역시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책이었나 보다. 매번 재밌는 소설이나 동화만 읽다가 이론서를 읽으니 뇌에 긴장감이 돌았던 것 같다. 뻣뻣해진 뇌가 조금은 풀어진 것인지 스토리에 대한 내용이 조금씩 추려진다.


다들 잠이 든 이 밤, 강아지마저 코를 골고 자는 마당에 나는 자판을 두드리며 어쨌든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한다. 이 세미나가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다만, 미리 지레짐작하여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한 장을 골라 발제문을 작성하겠다고 했다. 어쩌면 대학원 다른 동기들의 수준에 못 미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세미나를 끝까지 끝내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는 것이 이렇게 곤혹스러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빡쳐서 충전 중인 맥북을 가져와 다다다 다닥 거리며 자판을 치니 조금 마음이 풀린다.

역시 나는 써야 하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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