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천천히 오는 기쁨
방학에는 어디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나 길기에, 한 번 타 지역으로 가보기로 했다.
물론, 경기도 안에서 움직였다.
만화라면 누구나 좋아하므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므로,
그곳으로 정했다.
'떼루아의 맛'으로 유명한 김연수 작가의 그림이 특별전에 전시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백원달 작가의 '노인의 꿈' 또한 전시가 되어있었고 작가의 다른 그림도 전시되어 있어서 와, 감탄을 하며 보았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했던 '노인의 꿈'은 죽음을 앞둔 노인이 미술학원에 자신의 자화상을 배우러 오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봄꽃 미술학원을 운영 중인 봄희의 이야기와 춘애의 이야기가 맞물려 나도 그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과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저버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아무런 정보 없이 간 박물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음에 행복의 진동을 느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배고픈 아이들은 더 이상 만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ㅋㅋ.
구내식당이 있다고 해 그곳에 가 점심을 해결했다. 꽤 맛있었고 양도 많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배가 부르니 훨씬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만화를 보러 갔다.
지난 만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만화의 역사는 물론 60,70년대 만화까지 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예전과 현재는 소재가 달랐다. 아이들은 존중받는다기 보단 소유물에 가까웠고 여성 역시 학대의 대상으로 많이 비쳤다.
층마다 특성 있는 작품들이 벽에도, 계단에도 조형물들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도 만화가 가득했다.
만화도서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나는 '이태원 클라쓰' 시리즈를 완독 했다.
아이들 역시 완독 했다. 나이가 조금 걱정됐지만 이미 빠져서 못 헤어져 나오는 바람에 함께 읽었다.
1층에 자리한 카페로 향했다.
올해가 갑진년, 푸른 용의 해라 그런지 로비에는 용과 관련된 작품들이 그득했다.
그 작품들을 보면서 카페로 갔다.
만화 박물관 안에 유일한 카페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하고 음료를 받는 곳에서 받을 수 있는데 자리는 많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잠깐 봤을 때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갔을 땐 그래도 사람들이 적어서 여유가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안의 <천천히 오는 기쁨>이라는 동시와 관련된 이야기다.
아동문학을 공부하면서도 동시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다.
다만, 이안 동시인은 아동문학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가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류선열이라는 동시인 발견.
불의한 시대와 세태에 맞서 마음을 앓고 동심을 일으켜 생의 심지가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열을 불태운 분... 충주댐 담수로 인한 삶의 터전의 완전한 망실, 누대에 걸이친 이야기와 노래의 멸절에 대한 전존재적 위기감이 류선열 문학의 동기이자 내용인 바, 선생의 많은 작품이 기억의 복원과 증언에 바쳐진 이유가 여이게 있다.
이제는 사라지려 하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모두의 가슴에 닿는 시를 쓰고 싶었다.
전병호 시인과, 이상교 시인이 아니었다면 류선열이라는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류선열 전집이 발간되면 좋겠다.
김준현 시인의 동시집 <나는 법>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중 '한글공부-이응(ㅇ)'이라는 동시를 필사해 보았다.
(이 책을 구입할 때 필사집이 딸려왔다.)
확실히 필사를 하면 동시를 좀 더 곱씹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쓰다 보면 그 동시의 말놀이에 빠진다.
그리고 그 리듬에 구르기도 한다.
김준현 시인의 동시는 여러 번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말과 말이 만나 만들어 내는 겹과 주름에는 샛길과 오솔길이 많다. 행에서 행으로, 연에서 연으로 이월해 가는 모든 단어는 내적 필연성과 개연성으로 연결돼 있다.
다음 동시집인 <토마토 기준>은 더 발전된 다른 세계를 펼친다.
그중에서도 '너와 내가 톡, 톡'이라는 동시는 춤추는 듯한 리듬이 경쾌하다.
톡, 셔틀콕을 톡
처음에는 톡이었지
하늘을 나는 한 마리 흰 새처럼, 톡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말
이안은 이를 새로운 동시 구조의 건축술이라고 했다.
인정, 인정.
시인으로도 유명한 함민복의 동시도 실려 있다.
항상 강아지를 만지고 손을 씻었지만 다음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진다는 동시는 나도 반성을 하게 되는 동시였다. 그 세심함이 시에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질문하는 것이 함민복시인의 동시 방법론이라고 했다. 어떤 글을 쓰던지 왜 이 글을 쓰는지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 단순한 질문에서 글은 시작된다.
이안 동시인의 말간 동시해설을 읽으니 동시를 더 가까이 두고 싶어 진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표지를 덮으며 천천히 동시에 스며든다.
다시 한번 그 기쁨을 느끼며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