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단짠레터
코로나 네가 뭔데
입 밖으로 꺼내기도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일상을 깨트리기 시작한 지 2년. 처음 발병했을 때는 전 세계적으로 퍼질지 모르고 그저 한 철 스쳐 지나가는 바이러스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기에는 더워지면 괜찮아지겠지라고 기대했건만, 여기저기 터지는 집단 감염과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은 장기화되었습니다. 덕분에 미세먼지 속에서도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안 쓰던 저도 이젠 마스크가 피부 같네요.
특히나 저는 첫 독립과 코로나의 시작을 함께 했습니다. '혼자 살면 이제 흥청망청 놀아야지. 배달도 실컷 시켜 먹어야지. 눈치 안 보고 새벽까지 놀다 들어와야지. 여행도 자주 다녀야지.' 자유롭게 놀 생각에 설렘이 잔뜩 부풀어 올랐었는데... 그랬었는데 거짓말처럼 이사하자마자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자취방에 덩그러니 놓인 짐처럼 말이죠. 뭐 사실 재택근무는 처음이었던지라 좋았습니다. 일단 출퇴근을 안 해도 됐으니까요. 솔직히 누워서 멍 때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꿀 빠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올게 왔다
사실 지난 코로나 2년 동안 저를 가장 지치게 했던 것은 '무기력증'이었습니다. 그동안 즐겨왔던 취미를 포기해야 했고, 회사에서도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떠나가고,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기면서 번아웃을 크게 겪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과 일상 모두 타격을 받으니 꽤 힘들더군요. 스트레스를 방출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 제한되니 차곡차곡 스트레스 포인트만 적립되었습니다. 쓸모없는 포인트인데 말이죠.
저는 살짝 꼰대 마인드가 있어서 '인내하고 참는 게 미덕'이라 여기는 사람입니다.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이걸 버티면 괜찮을 거라고 단순하게만 생각했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지만 겪어보니 전혀 단순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무기력증은 일상뿐만 아니라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제 머리와 마음도 조금씩 지배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쉽게 실증을 느끼고, 집중력이 감소되고, 회피할 생각만 들었습니다. '극복'이 아닌 '존버'의 결과였죠.
아자 아자 파이팅이닷!
친한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네가 겪은 괴로운 시간은 변화의 조짐이야. 고통이 없다면 도태되는 거야."
그 말을 듣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성장을 위한 아픔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올해는 '나에게 집중하자'라고. 현실은 원래 힘들다는 핑계로 제 내면이 어떤지 잘 살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게 휴식을 줘보려고 합니다. 스스로를 잘 돌봐주며, 건강한 멘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해보고 싶던 일들도 시작하고요. 단짠레터도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 사실 저의 글쓰기 원동력은 우울함이지만, 배터리를 충전하면 그 원동력도 좋은 감정으로 변화되겠죠.
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운동하는 것처럼 저도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누리기 위해 정신적인 체력을 열심히 길러보겠습니다. 나름 의지가 있는 인간이라 무기력의 구렁텅이에서 금방 탈출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저와 같은 괴로움을 겪고 계시다면, 그건 분명 성장통일 겁니다. 성숙한 나로 건너가는 과정이니, 우리 길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