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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Dec 09. 2021

오늘도 기력을 다해 운동합니다

세 번째 단짠레터

요즘 저는 매일 운동을 합니다. 주 3회 PT를 받고, 헬스장에 안 가는 날은 뛰거나 1시간씩 걷습니다. 사실 저는 운동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흔히들 많이 다니던 태권도나 합기도 한 번 안 가봤고, 성인이 되고선 헬스장에 한 달 나가고 그만둔 적도 많았습니다. 먹는 건 엄청 좋아하는데, 움직이는 걸 싫어했죠. 누워있는 생활이 너무 편했어요. 쉬는 날이면 먹고, 눕고, 유튜브 보는 게 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은 점점 쪄서 얼굴이 물먹은 솜마냥 커져갔습니다. 게다가 몇 달 전 겪은 이별의 후유증으로 배달 음식과 술을 내 몸과 같이 했더니 오르라는 제 주식은 안 오르고 체중계 숫자만 올랐고요. 이렇게 살다 간 단명할 것 같아서 급하게 헬스장을 알아보았습니다. 더 이상 건강을 미룰 수가 없었어요. 집 주변 헬스장을 검색하다 보니 처음 운동을 배울 땐 PT샵에 가는 게 좋다던 전 남자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전직 헬스 트레이너였거든요. '아, 이젠 의지도 돈 주고 사야 되는구나'를 느끼며 PT샵에 등록했습니다.


운동을 배워보는 게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대강 따라 하던 스쿼트와 런지가 이렇게 고되고 힘든 자세인지 몰랐습니다. 맨몸 운동만 하는데도 머리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이 후두둑 쏟아지고, 헬스장 계단을 내려올 땐 후덜덜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붙잡고 집에 가곤 했습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지금은 어느 정도 운동의 감을 잡아서 나름의 뿌듯함과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점점 변하는 몸도 신기합니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초반엔 근육통도 심했지만, 이젠 근육통이 덜하면 운동을 덜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고 여전히 운동은 힘들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와 체력이 늘어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표면적인 이유는 다이어트였으나 실은 우울함과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제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연애가 쏙 빠져버리니 공허함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우울함에 잠겨 감정 소모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였습니다. 스트레스를 음식과 술로 푸는 것도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무언가에 집중해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니까 거짓말처럼 잡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아니 잡생각 할 틈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하루가 정말 금방 가거든요. 퇴근해서 후딱 저녁 먹고, 운동하고 와서 집 정리 잠깐 하면 10시입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피곤함에 잠이 들면 벌써 다음 날이고요. 덕분에 의도치 않게 건강한 루틴을 보내며, 정신도 맑아지고 몸도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운동에 점점 욕심이 생기니까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전에 사귈 때 운동 좀 알려달라 할걸. 그럼 돈 굳는 건데...(눈물)' 주변에서도 아쉬워했습니다.


앞으로 저는 꾸준히 운동해서 탄탄한 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근수저가 되고 싶어요. 운동 고인물들이 많다는 크로스핏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제 의지가 어디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의욕이 샘솟습니다. 혹시나 운동에 대한 심경변화가 생긴다면 또 글을 적도록 할게요. 저는 그럼 오늘도 기력을 다해 운동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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