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백일흔아홉 번째날

한 번은 어떤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177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나의 식탁에 앉아

나의 빵을 먹고 내 술을 마시고는

나를 비웃으며 떠나갔습니다.

훗날 그가 빵과 술을 먹으러 다시 찾아 왔을 때,

나는 그 사람을 쫓아 버렸습니다.

그러자 이젠 천사들이 나를 비웃었습니다.




원문⟫

Once a man sat at my board and ate my bread and drank my wine and went away laughing at me. Then he came again for bread and wine, and I spurned him; And the angels laughed at me.





새로 한 번역⟫

한 번은 한 남자가 내 식탁에 앉아서

내 빵을 먹고 내 포도주를 마시고는

나를 비웃으며 떠났습니다


그러고서 그가 빵과 포도주를 구하러 다시 돌아왔고,

나는 그를 쌀쌀맞게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천사들이 나를 비웃었습니다




읽기글-1⟫

비웃는다는 데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적절치 못함에 대한 반응입니다.

그 적절치 못함은 행위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자격에 대한 것일 수도 있으며,

사실 자체에 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칼릴의 이야기에서 식탁에 앉은 사람은 무얼 가리킵니까?

보조적이고 부차적인 생각을 하기 앞서

그것을 그저 단순한 실제 사건으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가 나를 비웃은 이유는 따로 생각할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나를 다시 찾아왔을 때 내가 그를 쫓아버린 것이

천사들이 놀림거리가 된 까닭은 무얼까요?

내가 그를 쫓은 ‘사실’ 자체가 비웃음의 대상이었을까요,

내가 그의 비웃음에 대해 응징(쫓아냄)으로 대응한 ‘행위’가 문제일까요,

내게서 무언가를 얻어가려는 자를 내치는 것이 나의 권한 밖의 문제인 때문일까요?

(즉, 내 자격의 문제인지.)


나는 누구에게도 “이것이 답이다.”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이것’을 내가 명확히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시력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눈이 가진 힘에 따라

그것은 행위의 문제로도 보이고, 자격의 문제로도 보이고, 사실 자체의 문제로도 보입니다.

심지어 “저건 천사가 가진 문제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멀리서 다가오는 물체를 식별해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과정중에 그 인식은 비록 조금 틀렸다 해도 나를 준비시키는 것임에는 틀림없고

희미한 인식일수록 보다 관심과 준비영역이 흩어지고 광범위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보다 잘 인식하고, 보다 적절한 영역에 필요한 만큼의 준비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천사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 애써 저 무례한 방문객을 거절하지 않겠다면

다시 또 천사들의 비웃음을 사리라는 것입니다.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은 어떤 의미에서 미래에 묶인 삶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행동이 나의 지금 행동을 지배(dominate)했으므로.

그것은 전에 내게 무례하고, 감사할 줄 몰랐던 그의 행동이

오늘 나로 하여금 그를 맞아들이지 못하게 한 것과 같은 수준의 행동입니다.

다만 그를 거부할 때 내가 과거에 지배당했던 데 비해

천사들을 의식하며는 미래에 지배당한 것뿐입니다.

후자의 행동이 조금 더 낫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두 행동은 나를 살아있는 삶과 분리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읽기글-2⟫

첫 번째 읽기글은 십칠팔 년 전에 쓴 것입니다.

이제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겠습니다.


원인을 밖에 두지 마십시오.

당신의 행위가 반응한 것이라면

당신은 첫 번째 행위, 남의 노예입니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그가 결정했으므로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가 무언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당신이 자유롭다면

당신은 구애됨 없이

당신 자신인 채로, 자연스럽게 행위할 것입니다.

그 행위는 언제나 당신으로 이해될 무엇입니다.

당신은 이미 누구이므로

아무도 또 아무것도

당신을 무언가로 바꾸어 버릴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당신의 동의 없이는.


천사는 자유로운 존재가

구속된 존재처럼 구는 것을 가장 어리둥절하고

우스꽝스럽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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