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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Mar 07. 2024

생활 언어로 말하기

— 배우고 가르치기가 들숨과 날숨처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호흡은 그 자체로 리듬이다. 


들이쉴 때 가리지 않고 다 들이쉬고 

내쉴 때도 그러하다. 


그래도 다르기는 하다. 

들이쉴 때에는 외부의 것을 가진 대로 숨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나요, 

내쉴 때에는 신체 내부에서 하는 일, 앞서 신체 내부에 쌓고 이룬 것이 기반이 되어 

내쉬는 숨의 속속들이가 달라진다는 것이 

둘이 다른 점이다. 


그렇더라도 그 움직임은 가쁘지 않고 억눌리지 않아야 하며 

지나치게 서둘러도 탈이 난다. 

과호흡은 호흡부족과 똑같이 문제다. 


배우고 가르치기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럽다는 건 

가리치는 이의 언어와 

배우는 이의 언어가 일치하고 

자유자재로 오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탯말과 생활언어를 많이 써야 한다. 

방대한 이야기를 뭉쳐 전달하려면 약속된 개념어를 써야 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개념어를 만들어 씀으로써 

긴 말을 짧게 줄일 수 있다,  

전에 없던 생각을 일으킬 수 있다,  

없던 관계, 다른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생활언어로 말하는 것의 유익은 이를테면 이러하다. 

존재와 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성인이라도 지레 놀라고 짐짓 물러설 일이다. 

그러나 

있음과 없음에 대해 말해보자면 

어린이라도 눈을 돌리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마주볼 것이다. 

그건, 나도 알 것 같은뎨? 나도 아는 이야기야. 


이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이 마음을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러면 솔기 없이 통으로 짠 옷처럼 

자랑스럽고, 우러를 만하다. 



당신이 아동・청소년을 만난다거나, 아니, 그냥 어른이든 아이든 

어느 누군가를 만나 그가 무언가 배우기를 바란다면 

배우는 언어로 가르쳐라. 

그가 무엇을 듣든 일상의 언어로 바꾸어 들을 터 

우리는 생활하는 언어를 듣고, 고르어 낸 다음 

그것을 다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건 보석을 다듬듯 

참에 덕지덕지 붙은 참-아닌-것, 거짓-인-것울 깍아내는 일이다. 


이 인지의 찬물에서 나오면 

물에서 생명의 반발력으로 훅 오른 열기가 

다시 물밖 공기에 놓이며 오슬오슬 떨 때 

수건을 덮어 주고 

몸이 마르고 

다시 피가 돌기를 기다려라. 


아이의 숨이 바뀌면, 

그때 우리의 말은 스며든다. 


아직은 몰라도 돼.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넌 기억할 거야. 

여기 상응하는 일이 벌어지면 

말들이 네 안에서 다시 일어설거야. 


새벽이 오면 

만물이 기지개 켜듯. 

말은 제 맡은 일을 만나면 

틀림없이 깨어 말한다. 


그러나 잊히지 않고, 

느낄 수 있도록 

스케일scale을 조정하도록, 관측 범위 바깥까지 가늠할 수 있도록. 

암기할 분절된 이름들이 아니라 


이어지고 바꾸고 헤쳐 모일, 

생활의 말을 써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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