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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Feb 29. 2024

같이 간다

— 보이지 않아도, 바보라도



보이거나 

세지 않아도 

헤아려집니다. 

읽힙니다. 


그건 두 겹입니다. 

요즘 많이 쓰는 휴지가 

대개 두 겹이지만 

우린 그걸 한 장이라고 부르고 

한 칸 한 칸 떼어 쓸 때 

그게 매 장마다 두 겹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아니면 홑겹인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알든 모르든 

우리는 두 겹의 힘을 

조금도 에누리 없이 그대로 다 쓰기 때문입니다. 

방식이 

태도가 

실재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린 저모르게 잊고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알든 모르든 그건 그렇다는 게 사실이고 

사실은 영향을 미칩니다. 

알아차림으로써 

더 좋을 순 있습니다. 

불안이 가시고 더 강하게 안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른 여러 갈래 생각으로 가지가 뻗어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대로 괜찮습니다. 


우리는 성분을 몰라도 먹은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영양을 섭취하고 

독도 흡수합니다. 

그다음 일어나는 일은 엄격하게 동일합니다. 

다만 거기에 대해 생각하기 — 상상하기는 다를 터이죠. 


당신의 진심을 

어떻게 표현할까 두려워 마십시오. 

그것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두려워하십시오. 


아이들은 잘 속고, 흥분하지만 

사람은 눈앞의 것에 현혹되고 

믿고 싶은 것을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나 모르겠다고 말하고 

알지 못해 괴로워하면서도 

실은 

가장 깊은 데서부터 

그냥 압니다. 


당신이 사랑하면 

상대의 인격은 사랑받습니다. 


당신이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아름다운 말과 

부드러운 손짓으로도 

그 냉기를 막거나 감추지 못합니다. 

상대는 안쪽 깊은 데서부터 저도 모르게 얼어붙습니다. 

점점 더 얼어 갑니다. 


물론, 슬프게도 

난처하게도 

가끔은 노엽게도 

어리석은 우리는 

상대가 따뜻한 음식을 주어도 

그걸 차디차게 식게 둔 뒤 

심지어 곰팡이가 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삼키고는 

바로 이게 그가 주는 것이라고 

발광하기도 합니다. 

하기도? 그보다는 훨씬 더 자주, 발광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같이 온 것이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공간적으로] 


비유가 아닌 사실로서 

시간적으로 

같이 받으면 


그것은 효력을 발합니다. 

진심이 왜곡되는 건 

‘지연’ 때문입니다. 


지체하여서 

변질될 기회가 주어지는 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참되고도 영원하지만 

오직 여기서는, 반드시 우리는 

모든 걸 ‘시간 속에’ 펼쳐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하든지 

그것은 같이 갑니다. 

진실이 함께 갑니다. 


그러니까 두려워 마십시오. 

마음이 진짜면. 


하지만, 나는 또한 믿습니다. 

당신이 진심이라면 

당신이 사랑할 때 


상대가 그것을 지연시켜 

상한 것을 먹게 되지 않도록, 

혹은 끝내 거부해 굶주리지 않도록 

잘 차려 낼 거라는 것을, 

그가 혐오하거나 거부하거나 공포에 질려 움츠르지 않도록 

놀라서 달아나지 않도록 


받는 이 편에 서서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당신이 좀 서툴고 모자라짐만 

당신을 믿는 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곧장 그 겉의 현혹을 벗길 때, 포장을 풀어 열면 

당신이 담은 향기도 전해질 것입니다. 


교사나 부모, 다른 어떤 진심을 전하고 

진짜로 좋은 일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이는 

인격적 상대를 대하여 


이 점을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같이 간다는 것. 

그리고 물론 

같이 온다는 것.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사랑하세요. 

미루지 말고 

기꺼이 맡기세요.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When his** wings enfold you yield to him, 

Though the sword hidden among his pinions may wound you. 

그의 날개가 너를 감쌀 때 그에게 내맡기라. 

날갯깃들 사이 숨은 칼이 아마도 너를 상처입힐 것이나.



당신은 다치고, 아플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나을 것입니다. 













*Kahlil Gibran. Lebanon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서 죽은 이민자요 시인. 1883년생 1931년 사망. 


**his. 인용한 작품은 『The Prophet』(예언자, 1923년)이며, 작품 속 「On Love」(사랑에 대하여)의 일부를 따온 것으로, 바로 앞 문장에서 “When love…”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문장들에서 대명사 [he, his, him]을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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