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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Mar 14. 2024

원한다면

— sed tua, as you want



나는 다른 언어가 필요했다. 

정감 있고 성찰이 담긴 언어를 원했다. 


— 안토니오 타부키 



테드 창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컨택트>*에서 

외계인은 지구인들에게 ‘무기’를 주러 왔다고 말하는데, 

무기는 곧 ‘언어’라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언어는 사고방식과 나아가 세계를 보는 눈, 세계에 대해 행사하는 힘-능력까지도 바꾼다. 

언어는, 생명체가 생명활동을 영위하는 대기 중 산소를 사용하는 호흡하는 대사방식처럼 

정신존재가 사는 법, 살아가는 방식, Life Program(생활양식)을 결정한다

언어는 타자에 대항하는 무기라기보다 

세계-내에서 자기-존재-를-이행하는 데 쓰이는, 

스스로-[진짜로]-존재-하기라는 근본적 투쟁에 쓰는 무기다. 

이 무기가 세계를, 나를, 나와 세계 사이 관계를 결정하는 건 자연스럽다. 

구성하고, 변경하고, 유지하고, 폐기하며 

갱신, 창의한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쓰는 유언(有言) 무언(無言)의 언어는 그러므로 

항상적이고 일관되게 통합되어야 한다. 

아이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전부를 써서 배운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는 대로 행해야 할 것이다. 


평화의 언어를 쓰는 자는 평화의 전사다. 

비록 그가 항상 승리하지 않더라도 교사 그리고 부모는 

자녀와 학생, 미래세대 

혹은 단순히 나보다 젊은 미래의 사람[들]에게 

평화의 전투법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가 끝내 실패하더라도 전수자들이 계승하기를 택하면, 

— 그리고 그들은 택한다, 십중팔구는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도 배워서 답습하기 마련이다 — 

계승자들의 승리는 점점 가까워오고, 

승률은 점점 높아진다. 


우리가 비폭력, 아힌사(ahinsa)을 택하는 것이 

헛되지 않는 이유이고, 

우리의 허물이 용서받으며, 

우리의 잘못과 허물이 포기의 이유나 변명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심지어 나는 대부분 실패했고 

아주 가끔 자그만 성공을 할 뿐인데, 

전수자들에게서 성공은 더 빈번하다. 

이론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나보다 더 미숙한 이들이 

대신 더 알맞은 때에 더 알맞은 강도와 

(가르친 적 없는) ‘뜻밖의’ 방식과 이해로 

성공을, 승리를 가져온다. 


이로써 나는 우리의 언어가 (음성적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질료로서 매개하지 않고 

‘태도’와 ‘자세’로 매개하는 것임을 배운다. 


다행이다. 

우리는 

‘진심’에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진심은 

전심(全心)이어야 한다. 

애초 진심(眞心)이 아니라 진심(盡心)이었고 

진심(盡心)인 한에서 진심(眞心)이니까. 


태도는 태도의 결과물인 행동보다 우선한다. 


단지 시간만 아니라 

에너지를 받아 쓰는 쪽이 아니라 

에너지를 주는 쪽이라서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러하다. 



진짜로 원하자. 









*CONTACT(2016년 개봉). 국가마다 개봉 당시 제목이 상이해서 ARRIVAL(도착)을 달고 나온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저메키스 감독의 앞선 영화 <콘택트>와 제목이 같아 구분하느라 ‘콘’ 대신 ‘컨’으로 쓴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콘’으로 읽고 쓰던 시절을 지나 ‘컨’으로 읽고 쓰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 변화를 단순하게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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