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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Mar 21. 2024

갑을 관계 맺지 않기

— 중심을 비우기



• 중심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모든] 중심은 좋은 것인가? 


• 중심은 [중심 외의 것에 대하여] 반드시 지배적인가/이어야 하는가? 



배울이에게 최악의 학습은, 비단 민주사회가 아닌 다른 체제이더라도 

‘갑을’(甲乙) 관계를 익히는 것이다. 

과거 지나친 성인중심의 태도에서 벗어나 

배움터에서는 교사중심을 학생중심으로 

가정에서는 부모중심을 자녀중심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인류 단위 프로젝트로 진행되어 왔다. 

거기서 우리가 발견하고 배운 것은 결코 적지 않아 

유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표피적인 권력구조를 해체하는 유익이 있었을 뿐, 

본질적으로 영혼이 필요로 하는 바는 아니다. 

종은 해롭지만 

주인은 더 해롭다. 


시민이 필요하지 

종도 주인도 필요하지 않다. 


중심에 관한 몇 개의 질문을 전개하기를 멈추고 

한 개의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 어떻게 중심을 비울 것인가? 

그리고 

• 왜 중심을 비우는가[비워야 하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사람은 누구나 편향(偏向, bias)이 있고 

이는 어쨌거나 ‘중심’이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우리의 현실적 출발점이 

중심 만들기나 중심 채우기가 아니라 

중심 비우기, 곧 중심을 해체하기인 것이 

더욱 적절하리라 생각한다. 


중심을 비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낮은 자를 자처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그것이 자주 기만인 까닭은 

마음 한구석은 전혀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낮은 자리는 

높은 자리를 만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당신이 기꺼이 

수고로운 짐을 지는 것이 좋은 본이 되는 것은 

그들이 수고를 알 때뿐이다. 

그들이 피할 수 없는 수고를 피해 애쓰고 있을 때 

당신이 기꺼이 

수고를 떠맡는 것은 그들의 사고를 깨뜨리고 열어 준다. 

그러나 그들이 

당신에게서나 다른 숱한 이들을 통해 

수고를 대리로 맡기고 짐 없이 홀가분하다면 

그들은 이상을 향해 달려가거나 

자유롭게 훨훨 날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 환상은 내다 버리는 편이 낫다. 

집에 두어도 쓰레기나 허깨비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나 당신이 

어떠한 때 어떤 짐을 지고 

어떠한 때 어떤 짐을 맡기고 

어떠한 때 어떤 짐을 내버려 두는지를 보여 준다면 

그건 유익하다. 


당신은 갑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을이 되어서도 안 된다. 


노예가 되는 법을 가르치면 

주인이 되는 욕망을 함께 배우고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치면 

노예가 되는 유혹도 함께 내면에 익힌다. 



왜냐하면 

하나가 성립하려면 

다른 하나가 있어 줘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나를 볼 때 

그것의 전모에는 

반대편 극이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일 

대등한 관계를 

다자 간의 평등을 선보여야 한다.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이 일은 

그래서 

정적인 균형일 수 없고, 동적 균형이며 

생동할 때 매순간 어느 쪽을 돌아보고 

어느 쪽에 힘을 싣는냐 하는 

판단과 태도, 지향의 일이 된다. 


가장 물리적이고 집합적인 결과에 이르기 위해 

가장 개인적이고 심적인 수고를 요구한다. 


더욱이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 규칙은 어디에도 미리 목록화하지 않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당신이 만일 여기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창조적 예술가가 되어야만 한다. 


최소한 대가를 본받고 절치부심하는 학생, 먼저 태어나 시작하고 끝내지 않고 여전히 배우고 있는 학생 

즉, 선생이 되어야 한다. 


이 긴장은 중심을 비워 둔다. 

중심은 사건이 벌어지고 

변화가 일어나는 

관통하는 경로, 

통로이자 교차로이기 때문에 

언제나 비어 있어야 하고 

그럴 때 가장 붐비는 것이다. 


그러므로 채울 수 있도록 

비운다. 


그러면 배운다. 

무엇을? 

전체를 살리는 길을. 



그러면 그들은 매순간 상황을 창조하고 

새롭고 즐거운 일을 벌이며 살 것이다. 

당신은 그저 유능하게가 아니라 

유쾌하게, 더욱이 아름답게 


그들을 키울 것이다. 




*중심을 비우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방법은 다음 기회에 더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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