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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Mar 19. 2024

요셉은 누구인가

— 명령한 대로 하였다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 마태오복음 1장 24절 


요셉은 누구인가. 

가문도 빠지지 않고 주변에 신망도 있고 

정당한 노동으로 벌어 먹는 능력도 있으며 

예의를 알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남을 고려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경우가 있다. 


그런 그가 경우 없는 일을 당해 

고민에 빠진다. 

숙고하여 결론을 내린다. 피곤하다. 

이제 잠이 든다. 깨서 마음 먹은 대로 하리라.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내 의지, 내 뜻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미덕. 

그는 시대를 앞서 그럴 뻔했는데 

그만 문턱에서 주저앉는다. 아깝게시리.


그런데 복음의 저 구절은 

좀 더 앞말이 남아 있다. 

들어볼 말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 마태오복음 1장 24절 


요셉은 그냥 잠이 깬 게 아니다. 

그가 꾼 꿈은 모든 현실을 뒤엎어 

그가 일어났을 때 

이전의 모든 세계가 꿈이요, 허상이 되었다. 

그는 다른 현실을 산다. 

그는 별다른 주저없이 

제 뜻대로가 아니라 천상을 통해 중개된 ‘지극히 높으신 당신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무슨 기다란 설명을 들은 것도 아니다. 

아무튼 그건 ‘당신’의 일이니까 

그런 줄로 알고 그리하라는 것뿐이다. 

요셉에게 그것으로 충분했다. 

Non mea, sed Tua.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 마태오복음 1장 24절 



내게 주님의 천사가 올까?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만난들, 알아들은들 

내가 그런 명령을 따를까. 

뭐 하나 가져다 두고 오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존재로 

일평생을 그렇게 그런 존재로 살라는 것을. 

물을 수도 없고 

숙고하여도 알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라고? 


한 사람 곁에 서는 일은 무엇인가. 

이전의 생을 잠으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가끔 

꿈을 꾸고 

그 명령대로 한다. 

그런 때가 있다. 


당신에게도 한 번은 

그런 때가 올 것이다. 

얼른 답하지 않는다면 


두 번째 기회는 

고통스럽고, 고통스럽고, 고통스럽고 

고통스럽게 

쟁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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