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시와 현실

나무의 이름

by 이제월

골목을 나와 큰길을 건너면 소화전 옆으로 어린 매화나무가 심겨 있는데 올봄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 아현과 정민은 나무에게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는데 매번 들을 땐 생각나지만 떠오르진 않는다 대답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다 뭐라고든 설명했어야 한단 생각이 든 건 나중이고 그땐 입을 다물고 돌아서는 너를 엉거주춤 서서 보기만 했다 그래서 엿새째 나무에게 말을 거는데 마침 그래서 이름이 뭐냐고 묻던 참이었다 등 뒤에서 웃는 바람에 너와 다시 만났다 그런 거였어요 너는 곧장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름 지어 줘요 까짓거 새로 이름 하나 더 가지라 그래요 우리 그 말의 느낌이 입 속에 퍼지게 두었다 숲에 들어설 때처럼 차분하고 살짝 맵기도 한 향이 입 천장을 파고들었다 네 어때요 아 그래요 나는 표정을 잘 짓지 못했지만 웃고 있다고 너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자꾸 이름을 까 먹어서 나는 우리 나무를 우리 나무라고 부른다 우리가 거기 있다 매일 매주 새것같이





작가의 이전글예람이에게 | 달빛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