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물길

대서양 선언과 아직은 정체 불명한 태평양 시대의 시작

by 이제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영국과 미국의 수장이

(연합국 중 한 축인 소비에트연방의 경우, 스탈린이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스탈린은 ‘몰타’ 회담에만 부득불 참석하였습니다.)*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해역에서 즉,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 선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를 대서양 회담이라고 부르고 이 회담 결과를 천명한 것을 대서양 회담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처칠과 루즈벨트는 아래 몇 가지 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우선 승전국이 되어도 미국과 영국은 영토를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영토 변경은 당사국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

모든 민족이 자기네 정부의 형태를 스스로 선택하여야 한다는 점,

주권을 잃은 민족은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

모든 나라가 무역에서 자유를, 자원에 대한 접근에서 기회를 누리며, 모두가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생활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점,

국가 간 무역 장벽을 없애고 경제적 불공정을 없애리라는 점,

전 세계 모든 인민이 공포나 결핍에서 벗어나 살 수 있게끔 복지를 증진하리라는 점,

공해(公海) 상 항행(航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

전후(戰後)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평화를 유지할 광범위한 체제를 구축한다는 점

들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목표로 하고, 주권과 인권을 내재하고 보장하는 것을 천명하는 이 새로운 체제는

인류사에서 처음으로 국제관계에서, 세계 단위에서

강자에 의한 지배(약육강식, 밀림의 법칙과 같습니다)를 벗어나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를 내세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는 부분적으로나 지켜져서

국제연합(United States, 약어 유엔UN)이 창설되었고

한국전쟁에 국제연합군이 참전하였으며,

세계무역기구(와토WTO)와 세계개발은행[World Bank, 약어 WB. 중소득국가에 저리로 금융을 제공하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최빈국 대상으로 무이자 또는 무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회(IDA) 두 기구의 합]이 창설되고, IMF라는 구제금융도 구성되었습니다.

물론 이 체제는 베트남전쟁과 그밖의 여러 내전 및 국지전을 막지 못했고

냉전과 겹쳐 국제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대국들의 욕망이 정말로 절제되었는가는 의문입니다.

혹 소정의 성과가 있었다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항상성에는 의문이 따릅니다.

그런 상태로 동유럽과 소련이 대표하는 공산진영이 붕괴되며 냉전이 끝나고

미국 일극 체제 아래 세계는 잠시 전지구적 공급망과 안전 속에 번영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부상한 중국과 이른바 글로벌global G2라고도 부르는 2강 체제가 자리잡고

세계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왔다고 하여 태평양 시대가 열렸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고 소란스럽습니다.

러시아 침략으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과 봉쇄, 파괴 후 하마스와의 격멸전, 이어서 이제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군사강국인, 그리고 오랜동안 반미의 선봉에 서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던 이슬람 혁명 국가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시작으로 전쟁에 휘말려들어갔습니다.

이스라엘 이란 전쟁이 정말로 전면전이 될 것인지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비전투요원, 민간인 들이 희생자 다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 각 나라는 ‘규칙’을 지키는 대신 ‘욕망’을 따르고

욕망 — 그것이 바람에서 왔든, 두려움에서 왔든 — 실현을 위해

‘힘’을, 가장 원시적이고 야생적인 의미에서의 힘을 ‘투사’하고 있습니다.


그대가 사는 세상을

그대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이미 선택하고 결정한 대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그것이 폐허건 낙원이건

그 위에서 ‘바꾸고’ ‘다음을 예비’할 수 있을 뿐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십시오.

이 시대가 밝아오는 여명인지, 해넘이의 땅거미인지 바라보고

지금 어른들이 어찌하든 나는, 나와 내 친구 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십시오.


규칙 기반 세계 질서는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 약속을 주도하고 국제사회에 투사했던 이들로부터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투사할까요?


역사는, 지금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생각에 비추어집니다.


눈을 감으세요.


뭐가 보이나요.






* 물론 소련의 스탈린은 포츠담 회담 등 다른 국제무대에도 참석하였습니다. 여기서는 기차가 아닌, 육로가 아닌 회합 장소에 나온 건 몰타뿐이란 점을 언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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