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통합과 독립
인류사의 처음에는 ‘세계사’가 없습니다.
각각의 세계는 자신들이 전부이고, 먼 세계와 아무런 교류가 없다가
차츰 저 너머에 뭐가 있다더라는 정도로 흐릿하게 인지했습니다.
적어도 수천 개의 세계로 시작해서 몇 개의 굵직한 세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교류하게 되면서 이 세계의 일이 저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정적으로 몽골제국 시기 아프로-유라시아 소위 구대륙, 구세계는 하나의 세계로
빠르게 합쳐져갔습니다.
그리고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상륙은 전지구적인 하나의 ‘세계’의 탄생을 본격화했습니다.
이제 세계화의 흐름 속에 부분 세계가 고립을 고집해도 불가능한
거대한 파도가 온세상을 휩쓸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세계의 통합은
각 세계가 자신을 어느 만큼은 객관화하고, 재인식할 기회를 주었으며
일부 사상가나 몽상가가 아니라 대중이 ‘생각을 고치자’ 세계 안에서
각각의 집단은 뭉칠 수 있는 공통성 또는 공통이익을 기반으로 일종의 ‘자결’(自決) 단위를 이루고
이제 ‘세계’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주효한 역할을 담당한 ‘제국’의 지위가 의심받고
제국을 거부하는 각각의 ‘민족국가’(nation)이 출현하게 하였습니다.
세계는 점점 더 빠르게 하나가 되어 가고, 긴밀하게 연결되는데
그 안의 각자는 더 자잘한 조각으로 나뉘어
저마다 고유한 운명과 행로를, 정부구조나 법규 등 고유한 태(態)를 지니려는 경향이 강화되었습니다.
20세기 우드로 윌슨에 의해 ‘민족자결주의’가 채택되고,
2차 대전 중 전후 세계 질서에 대해 협의하고 천명한 ‘대서양 선언’이
이러한 자결주의를 지지하고, 승전국들(영국과 미국)이 영토 확장할 뜻이 없음을 명백히 하면서
오늘날에는 각 나라가 고유한 권리를 갖고, 자기 결정권을 오롯하게 행사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고가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생각이 ‘일반적인’ 것은 매우 역사가 짧은 것입니다. 기껏해야 한 세기, 프랑스혁명부터 기원해도 이백년 남짓인 겁니다.
이 세계화 속에서 독립하는 국가 중 선두에는 ‘미합중국’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합중국은 초기의 여러 표기에서 United States of Americas로 복수로 표기되었습니다.
이 표기가 지금 우리가 아는 U. S. Of America로 단수 표기로 변한 시점은
링컨 대통령 시기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을 거치면서입니다.
미합중국은 스스로도 여러 조각으로, 각 주가 개별자라고 인식했던 것이고,
대외적으로도 미합중국은 먼로주의 선언 등 신대륙을 구대륙과 분리시키려고 애썼습니다.
이 분리 의식과 세계화가 비슷한 때에 서로 동조하여 발전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만합니다.
개인으로 돌아와도 비슷한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개별의식이 인류사 어느 때보다 강한 오늘이지만
국가, 공동체의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며 항의하는 것 또한 전례가 없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개별자인 건가요, 전체의 일부인 건가요?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예전에는 개별자들이 있고, 거기서 지배-피지배 관계가 있던 것이라면
지금은 하나의 세계를 구상하며, 따로 지배자가 없고
누구라도 세계와 일대일로 관계 맺는 ‘연결된 개인’으로 태어난 겁니다.
즉, 개인이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분리된 개인이란 없으며
개인임이 분명하면 분명할수록 그는 세계에 기여하고, 세계에 요청하고, 세계를 변혁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7월 4일은 미합중국이 대영제국을 향해 식민지 독립을 천명하고 독립선언 후 ‘독립전쟁’을 개시한 날입니다. 신대륙 거주민 중 상당수가 그 선언 수 주 후에야 ‘우리가 독립한대?’ 하며 알기는 했지만, 결과에 의해 그 전 과정은 ‘명백한 이유를 가진 선언’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서술됩니다. 건국 신화.
개별자로서 자기 권리와 주권을 내세운 미국이
세계화의 주역인 동시에
단일한 세계 질서에서 자국우선주의로 분리를 촉진하는 모순된 주체로 나선 요즘입니다.
그러나 ‘개별화’와 ‘세계화’, 개인을 품는 공동체, 공동체에 기여하는 개인이라는
초연결의 조류(潮流)는 미국 아니라 그 어떤 거대 세력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은 자유를 얻을까요?
이 해방은 평등으로 자유를 온전케 하고
그 결과로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자연 앞에서, 역사 앞에서
서로를 대하여
함께 일하고, 서로를 살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 시대에 역사와 자연 양편에서
자기 시대의 성적표를 받아보는
첫 번째 세대가 될는지도 모릅니다.
그때에
그대가
독립되고
연결되어 있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동료들과 함께.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