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겨울 전시 작가노트.
사람에게로부터 떠난 마음은
결국 사람으로 치료받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홀로 버티며
계절을 보내고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이 왔을 때
온전히 남은 한 해와 새로 맞이할 시간이
아픈 기억 없는 평온한 마음으로 맞이하기를 바라봅니다.
더불어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할 누군가를 찾는,
이미 옆에 있는 그 누군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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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자연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힘든 시간의 크기를 서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이보다 큰 시련은 없을 것 같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이전의 그것들은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릴 반틈
더 큰 시련을 마주했을 때.
바다와 산으로 달렸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깊고 고요한 힘으로 작은 나를 안아주는 시간들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일상 속 소재들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은 감정과 감성들을 그려오던
저는 이번 세이지우드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에서 보이던 디테일한 소품을
이용한 상황 묘사와는 달리 많은 것을 생략하고 직접 겪었던 고요하고 웅장한
공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희망이라는 분홍색 풍선을 놓지 않고 날카롭고 차갑지만
바닥으로 떨어져 뭉개져있던 정신을 새롭게 해 줄 공기를 마시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의 손을 잡아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선을 담아보았습니다.
운명의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비단 사랑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토록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끝낼 시간을 만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노력하고 바라왔지만 실패한 목표에 관한 성공을,
어떤 의미로건 지난 시간만큼의 힘든 날은 더 이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는 사랑이라는 모습을 통해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