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음악가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메시지
Everything quiet but the music
모든게 조용하지만 음악만이 울리고 있어
나는 맥 밀러를 그의 사후에 알게 되었다. 약물 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음악가,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애플뮤직에서 그의 신보를 접하게 되었다. 가볍게 들어보려 했는데 곡들간의 유기성, 유쾌하지만 어딘가 우울한 분위기, 곱씹을 수록 매력적인 가사로 인해 이 앨범에 푹 빠져버렸다. Balloonerism은 그의 생각과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자세히 알게 해준 고마운 앨범이다. 덕에 이 앨범을 듣고 그의 다른 앨범들도 찾아듣게 되었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며, 이 앨범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몇몇 트랙을 순서대로 소개하려고 한다.
첫 트랙은 몽환적인 탬버린 소리로 시작한다. 마치 꿈속으로 들어가듯, 맥 밀러는 우리를 희미한 사운드 속으로 부른다. 앨범 전반에 녹아있는 리버브와 코러스가 이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알앤비 가수 SZA와 함께한 두 번째 트랙은 재즈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묵직한 오르간 소리와 함께 나오는 매력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노래가 끝난 다음엔 후렴구가 반복되고, 사운드가 차츰 잦아든다. 다음 트랙은 공격적인 드럼 소리로 시작된다.
https://youtu.be/exfNMKltGKg?si=CiOfF3lHvldjpchv
Okay, I went to sleep faded, then I woke up invisible
Keep the ingredients, but I got the kitchen full
My thoughts is cynical, actions unpredictable
Supermodel bitches hold auditions in my swimmin' pool
... I gave my life to this shit, already kill myself
가사 속 꽉 찬 부엌과 수영장이 딸린 자신의 집은 그가 얼마나 부유하게 살았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동시에 자신은 투명인간이 되었고, 이미 자살한 셈이라는 독백도 볼 수 있다.
이런 극단적인 반전은 그가 얼마나 화려하고 텅 빈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묵직한 드럼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Going'은 어딘가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그의 불안정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보컬 뒤에 ’Do you have a destination?'이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데, 이 질문은 계속 커지며 청자를 뒤쫓는 느낌을 준다. 소리는 점점 일그러지며 기괴한 느낌도 준다. 그러다가 소리가 사그라들고, 몽롱한 꿈의 앨범으로 돌아온다.
'5 Dollar Pony Rides'는 한 소녀에게 주는 낭만적인 곡이다. 그녀는 요즈음 자주 우울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화자는 원하는 모든걸 주겠다고, 우린 괜찮을 거라고 다독인다. 괜찮다고 연신 말하는 가사에선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이 느껴진다. 제목처럼 노래는 순수하고 철없는 사랑을 들려준다.
5번부터 8번 트랙까지도 비슷한 정서를 보여준다. 현실에서 벗어나 꿈결을 떠도는 것 같은, 그의 음악은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https://youtu.be/IMUNeQ3W2ew?si=bTaVkU42NInq5djq
Did No one ever teach you how to dance?
Nobody ever taught you how to dance?
Well-well, everyone knows how to dance
... There's only so much time
감각적인 피아노 소리로 이 앨범의 킬링트랙이 시작된다. 드럼과 베이스가 이끄는 음악에, 두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나는 이혼 후 자살을 감행한 남자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의 이야기이다. 왜 하필 죽음과 탄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funny paper에 적힌 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중간중간 계속 들리는 침묵과 음악에 대한 말에선 음악을 향한 그의 애정이 느껴진다. 첫부분에 그가 ‘우린 배우지 않았어도 모두 춤을 출 줄 알아’라고 말했던 것처럼, 음악은 듣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늘 우리에게 행복을 주고 우리를 살게 해준다. 자신이 결혼할 때 틀었던 노래를 들으며 몸을 내던진 남자의 이야기와는 대조되는 포인트다.
그는 음악 속에서 평화를 느끼고, 우리에게 고요를 좋아하지 않니? 하며 묻는다. 당신도 음악 속에서 고요를 찾지 않아보겠느냐고.
https://youtu.be/f4e3aVU7cjI?si=bGqx_16fFUHlFsVj
Me, I used to want to be a wizard, when did life get so serious?
Whatever happened to apple juice and cartwheels?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작하는 Excelsior는 그의 천진난만함이 배가 되는 트랙이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랙은 이 트랙이다. 그가 간직하고자 했던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음악으로도 가사로도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한 명 한 명 알려준다. 좋은 차를 갖고 있는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소위 알파가 된 Johnny, 무리에서 제일 예쁜 아이처럼 되고픈 Claire 등 아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어린아이에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비추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아이들을 보며 화자의 독백이 시작된다.
All of this before the brainwash starts
Before they get polluted, start thinkin' like adults
그들, 즉 아이들에게 닥칠 모든 세뇌가 시작되기 전에, 그들이 오염되기 전을 생각한다. 원래 마법사가 되고 싶던 화자는 언제부터 삶이 그리 진지했는지 되묻는다. 우리가 좋아하던 사과 주스와 공중제비는 어디로 갔는지 묻는다.
몇 초간의 정적이 이어지다가, 전주와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마법사의 주문이 시작된다. 그는 주문을 통해 어렸을 적의 순수함을 부른다.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들리는 몽롱한 주문은 리스너에게 환상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그의 음악은 현실을 벗어나 가장 순수한 곳으로 청자를 이끄는 힘이 있다.
꿈결 속으로 돌아가고플 때, 이 앨범을 한 번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