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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이야기 Sep 21. 2022

[소소한 이직 이야기] 10. 열번 째 노닥노닥

이직에 실패하는 이유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서” 이직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상하게 직장에서는 이러한 욕구를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못합니다.


왜냐면 본인은 지금 이 회사도 그러한 욕구로 왔기 때문입니다. 정말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금 직장을 선택할 때도 분명한 확신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네임밸류인지, 평균연봉인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망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히 스스로 더 잘살고 싶다는 욕구로 지금 회사의 어떠한 부분에 매력을 느껴 확신을 가지고 입사를 하였기 때문에 입사 이후에 더 잘살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는 계획 중에 ‘회사를 옮긴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짧든 길든 그 회사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 직접 겪어보니 겉만 화려한 허황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문제, 이를테면 상사와의 갈등이나 여전히 주변 지인보다 낮은 연봉 수준이라든지 하는 문제를 고민하다 갑작스럽게 이직이라는 선택지를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즉흥적인 이직이 종종 발생합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즉흥적인 이직이 그렇지 않은 이직보다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이직은 반드시라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 실패하기 쉽습니다. 지금 당장의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이 앞으로의 더 나은 삶과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면 이렇습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상사와의 불화가 심합니다. 그 상사는 대놓고 우리를 무시하고 중요한 일에서 배제하기 일쑤이며 나름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일에 대해 계속 트집을 잡고 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름 그 상사와의 관계를 좋게 만들려고 상사가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해봅니다. 하지만 그 상사가 주는 일은 결국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하기 꺼리는 악성 업무들이 대부분이라 심신만 힘들어지고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어느새 사무실의 분위기는 우리를 제외한 채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며 자신과는 벽을 두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게 되고 틈틈이 이력서를 보내게 됩니다. 면접도 보게 되었지만 영 결과가 시원찮습니다. 그러던 중 앞서 이야기했던 상황은 계속 반복되고 심신은 더 피폐해져 갑니다. 그러던 중 이직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회사는 나름 주목받는 업계에서 중상위권에 위치하는 곳이고 연봉도 엄청나게 오르진 않았지만 소폭 올리는 것으로 협상하게 됩니다.

이제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지옥 같은 곳에서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어서 빨리 퇴직 일정을 잡고 싶습니다. 형식적인 면담이 오가고 드디어 퇴직 일정과 입사 일정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곳으로 입사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통계적인 확률은 낼 수 없지만 저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왜냐면, 앞의 과정에서 이후 다닐 직장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에 몰입되어 앞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직장에서 자신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이 사람이 다음 직장을 어렵게 다니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놀랍게도 이 부분은 저의 경험입니다. 조금 각색되고 다른 케이스를 서로 이어 붙인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맥락에서 제가 겪었던 이직의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이직한 곳에서 저는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부 사람 중엔 경력과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죠. 다행히 그 부분을 빠르게 깨달아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고 이후에는 그나마 어느 정도 선방하며 다닐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즉흥적인 이직은 실패한다고 이야기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부분입니다. 즉흥적인 이직을 할 때 우리는 현재 직장에서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새로운 곳에 일하게 되고 직장생활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직 준비라는 게 이력서를 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잘 꾸미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하고 있고 앞으로 하고 싶고, 하게 될 업무와 분야. 산업에 관한 공부와 연구, 전략 수립 등을 미리 해보고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는 일, 그것이 바로 진짜 이직 준비일 텐데 이런 준비는 금방 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이직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할 때 만족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당연히 필수적이겠지요.


저는 프로 이직자로서 이직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순히 지금을 벗어나고 싶어서 하는 이직이 아니라 진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이직을 권해드립니다. 그 과정은 분명히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직 후 후회하고 또다시 이직을 반복하는 것보단 확실히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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