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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Sep 10. 2024

바람을 달리는 아이들

나를 돌아보는 독서 기록 6일차

9월 9일 월요일

오전 6시 21분

주말을 보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확실히 해가 늦게 뜬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9월도 금방 지나갈 거 같다.


신지영, <바람을 달리는 아이들>, 서유재


소년 복남과 소녀 윤의 시선으로 개화기 조선을 그린 역사 동화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는 게 좋아. 온몸에 숨소리가 가득 차서 밖으로 넘쳐흐르는 순간 세상엔 나와 내 숨소리만 있는 것 같거든.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알게 돼. 앞만 보고 달린다는 건 그런거야. 어느 순간 머릿속에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남게 돼. 그 하나를 이루어 내면 그때부터가 시작이야. 이 세상에 내가 오롯이 나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겨나는 거지. 나는 종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종으로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세상과 당당히 어깨를 겯고 나아갈 거야. _복남이가


병풍 속의 그림처럼 앉아 있긴 싫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사는 건 더 싫지. 여자는 학교에 다니면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나는 배우고 싶어! 달은 어떻게 어둠을 밝히는지, 해는 어떻게 달과 자리를 바꾸는지, 세상의 이치가 궁금해. 아버지는 여자가 학교를 가는 건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다고 하셨지. 나는 아버지가 알고 있는 세상의 이치와 내가 알고 싶은 세상의 이치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해! 나는 새로운 바람이 될 거야! 나의 이야기를 읽어 줄 친구에게 묻고 싶어.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때? _ 윤이가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복남과 윤,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책처럼 앞뒤로 뒤집어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복남의 이야기

 p41
나는 네가 성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네 스스로가 삶을 바꾸려 마음먹었고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느냐. (중략) 두려워도 말고 오늘부터 넌 이복남으로 살거라.

p50
더 나은 삶을 꿈꾸지 않고 자기 아래 밟을 거리가 있는 것에 겨우 위안을 얻고 사는 모두가 불쌍했다. …… 나는 적어도 불쌍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p51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 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구나. 나쁜 사람도 많지만 멋진 사람, 좋은 사람도 많구나. 마음이 괜히 울컥했다.


p58
저 가느다란 가지도 버텨 내는구나. 내 꿈이 아무리 무거워도 저 가지처럼 버텨 내자. 부러지지 않고 휘면 내 꿈도 저 새처럼 날아오를 거야.


윤의 이야기

p48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이는 게 중요해요. 설령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생각을 바꾸고 끌고 가려 한 내가 의미가 있다고 믿소.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이루려고 노력한 내가 중요한 거란 말이요.

p61
“나 어릴 때는 저 문밖이 무서웠다. 여자는 그저 집안에 기대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가 이리 살았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딸은 다르구나. (중략) 윤이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렴. 그 책임은 이 어미도 함께 져 주마.”


p63
“아까 보았던 프라이 선생님도 처음엔 안 된다고 했었죠. 하지만 전 몇 번이고 선생님을 다시 찾아갔어요. 그리고 말했죠. 어머니들이 배워야 자식을 가르칠 수 있다고요.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려면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요.”

p70
모든 게 선명해졌다. 두려움은 나에게서 시작된 거였다. 내가 용기를 내면 이 세상에 나를 가둘 것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나는 장옷을 벗고 고개를 반듯하게 들고 속삭였다. ‘윤아, 배우자, 공부를 하자!’




지난주부터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는 책이다.

오늘까지 다 읽고 두꺼운 질문 5개 만들어오기가 숙제이다.

나는 얇은 질문으로 골든벨 문제를 만들었다.


내가 생각한 두꺼운 질문들

동네 아이들이 놀리며 따라올 때 복남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복남이라면 용익의 부탁을 받고 어떻게 했을까?

용익은 복남이에게 왜 글자를 읽을 줄 아는지 물어봤을까?

물지게 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걸까?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을까?

왜 '이'씨 성을 붙여주었을까?

나라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개화기, 아관파천, 명성황후 시해 사건)


아이들이 만들어 올 질문이 기대된다.




오후 11시 시20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

시원해지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많이 덥다.

여름 지나갔다고 선풍기를 넣어버리기에는 아직 일렀다.

부지런하지 못해서 다행이다.


오늘 우리반 아이들이 만들어 온 두꺼운 질문들을 남겨본다.


왜 만석이의 아버지는 만석이에게 소 값은 안 받아도 돼지 값은 받겠다고 했을까요?

왜 윤도령의 아버지는 왜 일본을 도왔을까요?

왜 복남이는 수방도가에 용익이 써 준 편지를 주지 않았을까요?

왜 윤은 동생의 옷을 입고 장터에 나갔나요?

엄마가 등장 밑에서 한 숨을 쉴 때 복남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엄마에게 늦었다고 잔소리를 들었지만, 잔소리가 노랫소리로 들린 까닭은 무엇인가요?

왜 윤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 꽃이 피어 오르는것 같았을까요?

왜 앞 뒤 표지는 다를까요?

옛날에는 왜 차별을 했을까요?

복남이는 왜 한글을 몰랐을까요?

41쪽에서 남자의 눈시울이 뜨거워진 까닭은 무엇인가요?

행랑어멈이 민우와 윤이가 바뀌어서 태어났어야 했다고 생각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윤의 성격은 어떤가요?

남자아이는 윤이 주는 돈을 받는 것을 왜 거절했나요?

두 아이는 왜 손을 잡고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나와서 기쁘다.

두꺼운 질문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기를 할 예정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보다 생각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지도해야겠다.



*오늘의 영감 문장 : 내 안에 파고들지 않는 정보는 앎이 아니며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다른 나, 타자로서의 나로 변화시키지 않는 만남은 체험이 아니다. /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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