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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Nov 05. 2024

알지, 그 마음

미라클 글쓰기 9기 2일차

날씨가 쌀쌀해졌다.

십일월달이 주는 스산함이 있다.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를 가져와도 되냐고 지난주부터 물어오아이가 있다. 

안된다고 했다. 

동학년에서도 전체적으로 가져오지 말라는 안내를 내보내기로 했다. 

오늘 알림장에 "빼빼로를 학교에 가지고 오지 않아요."라고 적어 주었다.


하교 후, 빼빼로를 가져와도 되는지 질문했던 그 아이의 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다.

반 전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서 미리 주문한 빼빼로가 있다고 살짝 보내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오셨다.

오늘 알림장을 보고 사전에 전화를 주신 거 같다. 

대신 포장은 안 하겠다고 그냥 보내겠다며..

선생님께서 받아서 보관하고 계시다가 편하실 때 나눠주시면 안되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에고... 그 마음 이해가 되어... 

마음 약한 나는... "네 어머니 그럼 보내주세요." 했다.

그리고 "제가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아이들에게 나주어 줄게요."라고 덧붙였다.


참 부지런한 어머니시다.

학부모회에도 열심히 참여하신다.

외향적이고 이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시다.


나는 무던한 직장맘이라,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런 쪽으로 챙겨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셋째가 3살 때였다.
어린이집 다닐 때  동화책 읽어주기 하루 자원봉사를 했던 게 유일하다.

그때 읽어 주었던 책이 <산딸기를 따러 갔다가>였다. 

구연동화 하듯이 읽어주었다.

전날,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렸다. 

첫째, 둘째에게는 색칠을 부탁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딸기, 블루베리, 사과, 바나나 등등을 꼭꼭 담은 과일컵도 준비했다.

책을 다 읽고 과일컵을 나누어 주었다. 

어리둥절해하던 3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다. 


내가 초등학교 교사이다보니 우리 아이들 공개수업은 가 본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공개수업은 한 두 명 빼고는 다 오신다.  나는 큰 아이 2학년 때(교과시간이랑 수업 시간 변경해서) 한 번, 둘째 3학년 때(휴직했던 해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갔었다. 셋째의 공개 수업은 본 적이 없다. 혹시라도 내가 가서 섭섭해하면 갈까 했는데 안 와도 된다고 쿨하게 말해서 굳이 가려고 애쓰지 않았다. 게다가 셋째와는 같은 학교이다보니 동료 선생님을 뵙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두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무조건 참관 수업에 갔었다. 

중학교 참관 수업은 초등학생들 하교 후 시간이라 시간 맞추기도 어렵지 않았다.

중학생 중에는 "엄마 절대 오지마!" 하는 아이들도 있다던데 우리 아이들은 와도 된다고 허락(?)해 주었다.

큰 아이 중1 때는 대여섯명의 학부모가 있었다.

큰 아이 중2 때는 아무도 없어서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어주면서 들어가보세요라고 해서 들어갔었다. 참관록 작성도 부탁 받아서 썼다.

참관 수업을 하러 온 분이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였다.

작년 큰 아이 3학년 때도 갔다. 복도에도 교실에도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두살 아래 중1이었던 둘째 교실에만 갔다. 1학년이라 그런지 열 다섯명 정도의 학부모들이 계셨다.

올해, 중2인 둘째 참관 수업을 갔다. 3명이 있었다.

올해, 고1일 된 첫째도 보고 싶어서 참관 수업을 갔었다. 나를 포함하여 두 명이었다. 


집에서는 지지고 볶고, 잔소리만 날아다닐지 몰라도,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며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함께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의 뒷모습만 봐도 그렇게 기특하고 예쁠 수가 없다.

이제 참관수업 가는 이런 날들도 지나가겠지... ㅎㅎㅎ

내년이면 셋째가 6학년. 셋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우리 집에는 초등학생도 더이상 없다.

벌써부터 아쉽다.


빼빼로 데이에 반 전체 아이들에게 빼빼로를 주고 싶어하는 아이와 어머니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받는 것으로! 잘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상품으로 나눠 줘야겠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글을 썼다. 

스릴있다. 

맛있다.


끝.


#함성미라클글쓰기 #초등교사일기 #독서가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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