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글쓰기 9기 2일차
하교 후, 빼빼로를 가져와도 되는지 질문했던 그 아이의 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다.
반 전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서 미리 주문한 빼빼로가 있다고 살짝 보내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오셨다.
오늘 알림장을 보고 사전에 전화를 주신 거 같다.
대신 포장은 안 하겠다고 그냥 보내겠다며..
선생님께서 받아서 보관하고 계시다가 편하실 때 나눠주시면 안되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에고... 그 마음 이해가 되어...
마음 약한 나는... "네 어머니 그럼 보내주세요." 했다.
그리고 "제가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아이들에게 나주어 줄게요."라고 덧붙였다.
참 부지런한 어머니시다.
학부모회에도 열심히 참여하신다.
외향적이고 이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시다.
나는 무던한 직장맘이라,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런 쪽으로 챙겨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셋째가 3살 때였다.
어린이집 다닐 때 동화책 읽어주기 하루 자원봉사를 했던 게 유일하다.
그때 읽어 주었던 책이 <산딸기를 따러 갔다가>였다.
구연동화 하듯이 읽어주었다.
전날,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렸다.
첫째, 둘째에게는 색칠을 부탁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딸기, 블루베리, 사과, 바나나 등등을 꼭꼭 담은 과일컵도 준비했다.
책을 다 읽고 과일컵을 나누어 주었다.
어리둥절해하던 3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다.
내가 초등학교 교사이다보니 우리 아이들 공개수업은 가 본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공개수업은 한 두 명 빼고는 다 오신다. 나는 큰 아이 2학년 때(교과시간이랑 수업 시간 변경해서) 한 번, 둘째 3학년 때(휴직했던 해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갔었다. 셋째의 공개 수업은 가 본 적이 없다. 혹시라도 내가 안 가서 섭섭해하면 갈까 했는데 안 와도 된다고 쿨하게 말해서 굳이 가려고 애쓰지 않았다. 게다가 셋째와는 같은 학교이다보니 동료 선생님을 뵙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두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무조건 참관 수업에 갔었다.
중학교 참관 수업은 초등학생들 하교 후 시간이라 시간 맞추기도 어렵지 않았다.
중학생 중에는 "엄마 절대 오지마!" 하는 아이들도 있다던데 우리 아이들은 와도 된다고 허락(?)해 주었다.
큰 아이 중1 때는 대여섯명의 학부모가 있었다.
큰 아이 중2 때는 아무도 없어서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어주면서 들어가보세요라고 해서 들어갔었다. 참관록 작성도 부탁 받아서 썼다.
참관 수업을 하러 온 분이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였다.
작년 큰 아이 3학년 때도 갔다. 복도에도 교실에도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두살 아래 중1이었던 둘째 교실에만 갔다. 1학년이라 그런지 열 다섯명 정도의 학부모들이 계셨다.
올해, 중2인 둘째 참관 수업을 갔다. 3명이 있었다.
올해, 고1일 된 첫째도 보고 싶어서 참관 수업을 갔었다. 나를 포함하여 두 명이었다.
집에서는 지지고 볶고, 잔소리만 날아다닐지 몰라도,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 아이를 보고 있으며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함께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의 뒷모습만 봐도 그렇게 기특하고 예쁠 수가 없다.
이제 참관수업 가는 이런 날들도 곧 지나가겠지... ㅎㅎㅎ
내년이면 셋째가 6학년. 셋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우리 집에는 초등학생도 더이상 없다.
벌써부터 아쉽다.
빼빼로 데이에 반 전체 아이들에게 빼빼로를 주고 싶어하는 아이와 어머니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받는 것으로! 잘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상품으로 나눠 줘야겠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글을 썼다.
스릴있다.
맛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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