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글쓰기 9기 4일차
일요일.
일주일에 하루는 "눈 뜨자마자 핸드폰 보지 않기"를 하고 있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 정한 것은 아니고, 내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눈 뜨자마자, 나는 아이들의 핸드폰을 모아 부엌에 갖다 둔다.
오늘이 네 번째 일요일이다.
지금까지 잘 따라 해주었다.
첫번째 일요일에, 나의 일방적 통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던한 첫째는 오케이하며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둘째는 투덜댔지만, 오케이했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보지 않는 초등학생 셋째는 오히려 반가운 눈치다. 언니 오빠에 비해 자기는 손해볼일이 없으니깐.. ㅎㅎ
그런데 오늘 둘째가 일어나자마자, 부엌에 있던 핸드폰을 가져가 버렸다.
나는 그걸 뒤늦게 알아채고, 딸 방으로 들어가
"일주일에 하루 디톡스 하자는데 그게 안되니?"
"하루는 눈 뜨자마자 핸드폰 화면 안보기 하기로 했잖아?"
"핸드폰 대신 책 한 문장, 영어단어 하나라도 보면 안되겠어? " 등등의 문장을 날렸다.
하지만, 딸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는다.
확 뺏어버릴까 하다가 - 내가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 - 조용히 나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잠깐 생각했다.
아하! 방법을 찾아 다시 딸 방에 들어갔다.
"딸아, 잠깐 내려 놓자, 엄마가 책 읽어줄게."
딸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침 침대 옆에 독서토론 수업 숙제로 읽어야 할 책이 놓여져있었다.
<통계 모르고 뉴스 볼 수 있어?>
제목을 보니 절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나는 딸이 책갈피 해 둔 곳 부터 소리내어 읽어줬다.
나 : 이제 조금 어려운 내용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모집단과 표본을 배웠으니 통계를 해석하는 문제를 같이 풀어 보겠습니다. 만약에 너무 어려우면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나 : 앗, 넘어가도 된다는데?
딸 : 안돼, 그래도 읽어야지
그렇게 대화하며 한 챕터를 같이 읽었다.
우리집 둘째 중2 딸은, 내가 책을 읽어준다고 하면 엄청 좋아한다.
첫째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어줬는데, 둘째는 많이 못 읽어줬다.
친정 엄마도 첫째에게는 책을 많이 읽어주셨는데, 둘째에게는 거의 못 읽어주셨다.
우리집 둘째가 5월에 태어나고 다음 해 1월 나의 조카(세번째 손주)가 태어나면서 할머니표 독서의 혜택을 못 받았다. 게다가 우리집 둘째가 네 살 때 우리집의 셋째, 즉 동생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은 읽어야 할 나의 책들, 써야 할 글들, 아침 준비로 가득 차 있었지만,
모든 것을 잠시 밀어냈다.
30분동안 딸 침대 위에서, 딸 옆에 나란히 누워서 딸의 책을 같이 읽었다.
그렇게 한 챕터를 끝내고 둘은 침대에서 나왔다.
부엌에 있는데, 딸이 한 권의 책을 들고 왔다.
"엄마, 얼마전에 읽은 책인데 - 이것도 독서토론 수업 교재 책이었다.- 엄마가 좋아할 만한 책이야."
책 제목은 <인류의 건강을 지켜낸 하비 와일리와 독약구조대>였다.
FDA 창설에 결정적 역할을 한 화학자 하비 와일리 이야기로, 물론 나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었다.
딸은 페이지를 넘겨 가며 열심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림도 많아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렇게 또 20분 정도가 지난거 같다.
5분 잔소리를 1분 안에 끝내고, 방법을 찾았더니 50분 독서를 하게 되었다.
그래, 이거지!
기적같은 일이다.
믈론, 다음에도 이렇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는 없다.
엉뚱하지만 오늘의 깨달음은,
우리 딸 참 착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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