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미라클 글쓰기 챌린지 10기 4일차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딸은 공부하기 싫어서 설거지를 하겠단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설거지가 재미있다는 딸이다.
설거지는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이다.
친정엄마께서는 옛날에 썼던 맞춤법으로 아직 '설겆이'라고 가끔 쓰신다.
집안일 중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설거지가 아닐까?
다섯 식구이다 보니 먹고 난 뒤 그릇도 많이 나오고,
요리를 할 때 요리도구나 그릇들을 엄청 벌려놓고 하는 스타일이라 뒷정리할 게 많이 나온다.
조금씩 정리하면서 요리를 하면 좋을 텐데, 손이 별로 빠르지 못해 정리를 잘 못한다.
몇 달 전에는 자기가 사용한 그릇은 자기가 설거지하기로 정하고 식구들이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순간부터 안 지켜지고 있다.
참 하기 싫은 설거지이지만, 그래도 집안일 중에서 가장 단순한 일이라 생각한다.
단순한 과정! 그래서 좋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꽤 빨리, 대단히 확실하게 보여서 좋다.
요즈음 나는..
1. 설거지거리가 엄청 쌓여 있어도 일단 그대로 두고 책을 펼친다.
2. 책을 읽다가 졸리면 다시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한다.
3. 설거지를 하면서 독서모임의 생각거리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한다.
(오늘 생각질문 중 하나는, '흰 도시'처럼 나에게 어떤 색깔로 남아 있는 곳이 있나요? 인데, 장소와 색깔을 연결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고, 시각적 감각에 매우 약한 나를 발견하다.)
4. 설거지를 하면서 어떤 소재로 어떤 글을 쓸지도 생각한다.
5. 설거지를 하면서 <토지>를 오디오북으로 듣는다. 성우들의 연기에 푹 빠져서 듣다 보면, 설거지의 지루함이나 힘듦이 다 사라진다. 어떤 날은 오디오 북이 너무 재미있어서 설거지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설거지를 다 하고 오디오북을 계속 들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또 그렇게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5년 전, 10년 전에는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흰 종이를 나눠주고 가족들의 모습 그려보기를 종종 했었다. 가족들을 그리되 얼굴을 그리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즉, 어떤 행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tv를 보는 아빠 또는 자고 있는 아빠를 그리고, 설거지 하는 엄마, 요리하는 엄마를 가장 많이 그렸었다. 이런 가족 그리기는 학기초에 아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이런 활동을 안 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설.거.지 3행시를 지어본다.
오늘 들은 <토지> 8권 13장을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설마... 설마... 했는데
거복이 김두수 이 놈
지독하다 지독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