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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Dec 30. 2024

귀한 일상

함성 미라클 글쓰기 챌린지 10기 16일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떠나지 못하고 계실 고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명복을 빕니다. 간절히 빕니다.

부디 편하게 가시옵소서....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며 시작한 월요일 아침이다.

일요일 오전 9시 경, 전라남도 무안 공항에서 항공기 사고로 180여명의 사람들이 고인이 되었다.

고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에 가슴이 먹먹하다.

모든 사연들이 가까운 이웃의 사연들이다.

과거의 우리 이야기였던, 미래의 나의 이야기였을 사연들이다.

많이 안타깝다. 많이 슬프다. 많이 비통하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며 지난 일주일 동안 있었던 나의 특별한 일상을 간단히 남긴다.

즐거웠던 행복했던,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평범한 일상들이다.

일상이 사라진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


12월 21일 토요일

눈이 많이 내린 날.

온 가족이 공원에 나갔다.

드문일이다.

처음으로 눈오리를 만들었다.

다섯 명 모두 많이 웃었다.


12월 22일 일요일

오전

예슬님의 <부모 마음 공부 일력 365> 북토크에 다녀왔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작가님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들

오후

친정 아버지 생신이라 안국동에 있는 사찰 음식점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7명 중 4명이 채식주의자다. (친정부모님, 나, 첫째)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청계천 '빛초롱축제'를 보고 왔다. 대형서점에서 책도 구경했다.

생일케잌으로 남편과 셋째가 만들어간 고구마케잌은 정말 맛있었다.(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됨)

사찰음식점 '산촌'
청계천 '빛초롱축제'
(좌)서울 올림픽 유치기원 에펠탑 / (우) 교보문고 해리포터 책탑


홈메이드 친정아버지 생신 케잌


12월 24일 화요일

특별히 챙기지 않아도 날짜만으로 좋은 결혼기념일.

(우리 부부는 이런거 진짜 안 챙김. 웨딩촬영도 생략했었음)

며칠 전에 남편이 구스 조끼를 인터넷으로 두 개 샀다며 하나를 줬다

지금 입고 있는 조끼 이제 그만 입으라며, 엄청 싸다며, 8000원에 샀다고 자랑했다.

휴가를 쓰고 출근 하지 않은 남편은 컵케잌을 만들어 놓고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렸다.

홈메이드 컵케잌


12월 25일 수요일

우리집은 이제 몇 년 째 산타 없는 크리스마스이다.

고2가 되는 큰 아이가 1월 1일부터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2차 대상자로 선정된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긴 방학동안 어떡하나 막막했는데 천만다행이다.

크리스마스 케잌을 만들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케잌을 만들기 시작하면 난 100 % 보조만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방으로 쏘옥 들어와버린다..^^

뒷정리는 내 몫인 경우가 많지만 불만은 없다.

생크림 케잌이 있는 크리스마스


12월 26일 목요일

학교 방학을 했다.

아이들과 잠시 안녕이다.

방학이 빨리 끝나는 건 별개로,

빨리 개학해서 다시 보고 싶은 아이들이다.  

이런 마음은 20년 교직 생활 중 처음이다.

예쁜 아이들이 내게 와줘서 너무 고맙다.

예전에는 학급 분위기는 무조건 교사의 역량, 능력, 실력,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아이들을 만나느냐가 꽤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행운의 2024년이었다.

 

12월 28일 토요일

1997년부터 하고 있는 '난타' 공연을 보고 왔다.

나는 대학생 때 보았는데, 아이들과 친정엄마를 모시고 봤다.

공연은 역시 좋았다. 신명났다.

둘째딸의 리드로 다 같이 인생네컷 사진도 찍었다.

친정엄마의 첫 인생네컷 사진이었다.


12월 29일 일요일

얼리버드로 예약해두었던 일러스트페어에 다녀왔다.

나랑 두 딸만 갔다.

선물도 많이 받고, 몇 가지 물건도 샀다.

즐거웠다.



여기까지다.

가족과 함께 했던 행복한 일상들을 기록으로 남기며 잠시나마 슬픔을 잊어 본다.


행복한 나의 일상들을 떠올리다보니 그들의 슬픔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항공기 사고 관련 뉴스는 한동안 계속 될 것이다.

1월 4일까지 애도기간이라고 한다.

조용히, 감사하며, 흔들림없이, 일상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리라 다짐한다.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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