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둘째 소개
두 엄마는 추모관에서 자주 마주친다. 나란히 안치된 두 딸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휴대폰 속 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미소를 공유하기도 한다. 두 엄마는 서로에게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 "진짜 힘든 일이 있을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며칠 전에 읽은 신문 기사이다.
2024년 12월 29일 항공기 사고로 딸을 잃은 두 엄마의 이야기였다.
두 아이는 2000년생 동갑내기 단짝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예원아. 네 영정 사진 옆을 보니 더 어린 친구들이 많더라. 같이 떠난 동생들 잘 돌보고, (첼로를 전공한 네가) 악기도 잘 가르쳐주고... 하늘나라에서 예쁜 천사로 있다가 엄마 만나자."
"우리 민주. 그렇게 여행을 좋아했으니 가서 재밌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렴. 엄마가 너의 30대, 40대, 50대는 못 보지만, 네가 거기서 우리를 잘 지켜보고 있을 거라 믿어. 가고 싶은 데 다 가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즐겁게 지내라. 엄마가 그곳으로 갈 때 마중 잘 나오고."
마지막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읽으며 울컥하고 말았다.
두 아이 모두 둘째라고 했다.
우리 집에도 둘째인 딸이 있는데...
엄마들의 마음이 얼마나 슬플까.....
알아서 척척하는 우리 집 둘째 딸.
중3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말이 많다.
주말에 배달 음식 시켜 먹자고 가장 많이 말한다.
메뉴도 잘 정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확실하다.
아닌 건 절대 아니다.
첫째와 셋째도 둘째의 의견을 잘 따른다.
삼 남매 중에서 유일하게 라면을 끓일 수 있다.
내가 사 주는 옷을 아무 말 없이 입는 첫째 셋째와 달리 둘째는 까다롭다.
그래서 옷은 꼭 같이 가서 산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할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할 때 보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지.. 1분이면 안부 인사가 끝나는 남편, 나, 첫째, 셋째는 한참 동안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둘째를 보며 혀를 내두른다. 신통방통하다. 가만두면 30분도 거뜬히 통화할 수 있을 거다.
이런 둘째가 오늘 서울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왔다.
현재 경쟁률이 가장 높은 독일어과에 지원했다.
내일 3시가 마감이다.
외고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둘째는 외고에 가고 싶다고 했다.
서울 외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규교과로 평화·통일교육을 창체(1시간)로 운영한다고 한다.
둘째는 통일교육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이 통일을 했기 때문에 독일어가 좋단다.
남편이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데.. 누가 아빠 딸 아니랄까봐 ㅋ
둘째는 삼 남매 중에서 남편과 가장 말을 많이 하고, 가장 많이 티격태격하고 동시에 가장 호흡이 맞는 거 같다. 둘은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부녀지간이다.
배달 음식 시킬 때도 둘이 척척이다. 둘째는 뭐 먹고 싶으면 남편한테 말한다.
미각도 뛰어나다. 한 입 먹어보고 뭐가 들어갔는지 다 맞힌다
손재주도 좋다. 바느질을 잘한다.
우리가 안 입는 옷으로 인형 옷을 뚝딱 만든다.
옷을 개조해서 동생에게 입혀보기도 한다.
<366일 신비한 생일 사전>의 둘째 내용이 너무 잘 맞아서 놀랍다.
"초년에는 남성, 특히 아버지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서 완전 빵 터지고 말았다.
TMI지만, 둘째를 낳아 키우며 둘째가 너~무 예뻐서 셋째를 가졌다.
귀염뽀짝 우리집 둘째!!
서울 외고 독일어과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
최종 경쟁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