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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 Apr 02. 2024

사진 인화와 앨범 정리

내가 추억할 수 있을 만큼만 기억할 수 있게

가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긴 하지만, 아무래도 메인 기록 소스는 휴대폰이다. 예전엔 폰카메라가 지금만큼 화질이 좋지 않았어서 사진을 찍으려면 디지털카메라를 따로 챙겨 다녀야 했는데, 손에 카메라가 없을 때 갑자기 사진 찍을 일이 생기면 눈과 마음에만 담아야 했다. (꼭 사진 찍고 싶은 순간은 손에 카메라가 없을 때 많이 온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기술을 경쟁적으로 발전시키며 카메라 화질은 어느덧 소위 똑딱이라고 부르던 디지털카메라를 넘어섰고, 이제 대부분 사람들은 나와 같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제 휴대폰이 인간의 손에 연결된 또 다른 장기라고 생각될 만큼 다들 휴대폰과 일체화된 삶을 살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연스레 많이 찍게 된다. 밖에서 밥을 먹을 때면 인물 모드로 각 메뉴마다 사진을 찍고, 걷다가 길냥이가 눈에 띄면 순식간에 앨범에 30장 정도의 사진이 쌓인다. 이렇다 보니 사진첩에는 항상 사진이 흘러넘쳐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용량이 큰 휴대폰을 선호하게 되고, 새로 산 휴대폰 용량이 크니 사진을 마음껏 더 많이 찍게 된다. 이러한 긍정 피드백으로 내 아이클라우드 사진 용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아이클라우드 자동 백업으로 용량이 축소되어 있어도 88.4 GB..현재 15,429장의 사진이 들어있다

엄지로 쉽게 툭툭 동그라미 버튼을 눌러 찍어두는 사진들은 인화하지 않으면 다시 보지 않게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가끔 ios (아이폰 운영체제)가 예전 사진을 모아 영상을 만들어 주지만, 그때 잠시 보고는 또 사진들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그렇게 기억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게 싫어 몇 년 전부터 매해 연말이면 그 해 사진을 정리한다. 사진 200장이 들어가는 앨범을 사서 딱 200장 만을 인화해 꽂아 넣는다. 처음에 앱 사진첩에서 사진을 넘기다 보면 한 800장쯤 인화해야 할 것 같지만, 거르고 걸러 인화해 앨범을 정리하고 나면 꼭 남겨야만 할 소중한 기억들만 남는다. 뇌가 기억하고 저장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한정된 수량의 사진만 골라 인화하면 딱 적정한 선에서 한 해를 요약하는 느낌이다.

1년에 한 권씩. 사실 두 권 더 있는데 기존 모델 절판으로 모양이 다르다...

연말에 한 번, 사진을 고르고 인화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또 다음 해에는 어디에서 어떤 기억을 만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다시는 보지 않을 사진을 무작정 쌓기보다는, 가끔 사진 앱을 정리하고 몇 장을 인화해 보길 권한다. 어쩌다 실수로 비슷한 사진을 인화하면, 그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는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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