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굵은 둥치에 푸르르고 풍성한 잎들을 자랑하던 내 로즈마리가 지난 12월 잠시간 여행을 다녀온 새 많이 말라 버렸다. 로즈마리는 어쩜 이렇게 금방 마르는지, 오히려 장마철 밖에 내놓고 키울 때가 덜 불안하다. 며칠간 애써 외면하다가 오늘 드디어 접지 가위를 꺼내 들었다. 하얗게 말라버린 가지들의 시작점을 찾아내 끊어내며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잘라내도 괜찮은 건가 생각했다. 이 친구는 이 가지치기를 버텨줄 수 있을까.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식물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도, 관심도 많지 않아서 잘 버텨주는 우리 집 식물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선물 받은 멕시코 야자나 무심코 사 온 무늬 몬스테라, 트리처럼 꾸밀 목적으로 샀던 아레우카리아, 꽤나 비싼 가격에 손을 덜덜 떨며 업어 온 데카리나 세냐같은 아프리카 괴근 식물들도 다행히 굳건하게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하지만 모두 잘 버텨주는 것은 아니라서, 작년 말에도 월계수를 포함한 몇몇 식물은 유명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초록의 색감이 주는 편안함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양재나 파주로 가 새로운 식물을 들인다. 내가 좋아하는 건 사실 식물이 아닌 푸르름이 주는 편안함이라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꽤나 이기적이다.
여름엔 뿌리파리나 응애와 싸우고, 추운 겨울엔 거실로 들어오며 직사광선이 아닌 식물등 아래 살아야 하는 우리집 식물들에겐 하루하루가 생존의 문제일 텐데 내 입맛대로 이렇게 함부로 자르고, 모양을 잡아내고, 말라 죽이고 해도 되는 걸까 생각이 든다. 지지대를 대어주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자라게 내버려 두었던 몬스테라는, 이 이상 크기는 집에서 키우기 어렵겠다 싶어 새로낸 잎들을 모두 물꽂이 하고 큰 가지는 베어내었다. 장장 7년간 우리집을 든든히 지켜주던 올리브 나무는 작년 가지치기가 과했는지, 이후 새로 낸 가지들을 목질화하지 못했다. 오늘 반 이상의 가지를 잘라낸 로즈마리도, 앞으로 잘 버텨줄지 걱정이다. 식물들도 살아있는 생명임을 알면서도, 이토록 쉽게 내가 마르게 한 가지를 쳐내는 나 자신이 조금 밉다.
올리브 나무는 여전히 힘은 없지만 초록 줄기 끝에 새 잎을 맺고 있다. 볼품은 없을지언정 책임감을 갖고 다시금 풍성하게 자라도록 애써볼 생각이다. 물꽂이한 몬스테라들도 뿌리가 잘 돋아났으니 곧 새로 심어주어야겠다. 마른 로즈마리 가지들은 향이 좋고 아까워서 날이 따듯해지고 바베큐 시즌이 오면 그때 땔감으로라도 쓰려고 따로 담아두었다. 조금이라도 쓸모 있게 써보려는 내 나름의 사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