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플루트를 배운건 11살 때였다. 지금은 현대백화점으로 바뀐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십여 명의 수강생과 함께 첫 숨을 불어넣았다. 그 이후 개인 레슨을 받기도 하고 문화센터도 다니고 동호회도 나가면서 아마추어답게 악기를 계속해나갔다.
(여기서 아마추어란 전공이 아닌, 취미로써 즐기며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학교를 오면서 교내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으로 지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직장 오케스트라 그리고 오디션을 보고 뽑았던 연합오케스트라까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다고 할 수 없는 실력이지만 연습과 노력으로 출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악기 연주를 즐겼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예회 이후부터였을까. 무대가 아닌 곳에서 남 앞에서 악기를 하는 게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프로만큼 잘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나서서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오늘 우연히 야외에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스웨덴 오페라단에서 주최로 하는 오케스트라와 성악가가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야외라 음질이 좋지 않은데도 오랜만에 연주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ㄴㅋ5z4다.
그래... 음악이란 그냥 즐거운 건데... 조금 잘 못 하고 어설퍼도 흥겹고 즐거울 수 있는데...
내가 내 스스로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악기를 처음 배운 사람보다 몇 년 배운 사람들이 나서기를 꺼리게 되는 건 귀가 트여서이다. 처음에는 악기로 노래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내는 게 뿌듯해 자랑하고 싶다면, 점점 실력이 늘어날수록 부족한 부분이 크게 보여진다. 공연을 하기로 하고 연주곡을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장도 대관하고 사람도 초대하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하면서도 급작스런 부탁에는 자신을 낮추며 거절을 하는 아마추어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연주회 후 한강에서 뒤풀이를 하며 한 명씩 연주했을 때처럼 즐거웠던 때도 없는 것 같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음악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