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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Nov 24. 2021

스웨덴 집, 남들은 그냥 쉽게들 산다던데

답답하도다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 우리는 스웨덴에 집을 계약했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은 


1.hemnet에 정보올리기

2.viewing(집보기)

3.biding(경매)


의 순서로 주택을 거래한다.



1. 스웨덴에는 Hemnet이라고 불리는 open market이 있는데 거기에 사진, 위치, 비즈닝 날짜와 시간, 경매 시작 가격, 평면도를 올려놓는다.


2. Vising(viewing)은 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일요일에 한번, 주중에 한번 뷰잉을 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써져있는 날짜에 그 곳에 가서 집을 살펴보고 브로커에 연락처를 준다.


3. 뷰잉 후에는 경매를 시작한다. 문자로 중개인에게 입찰가를 보내는 방식이며, 그 내용은 사이트에도 공유된다.




하지만, 우리는 중개인의 연락을 받고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private viewing으로 이 집을 구매했다. 공개적으로 집을 보여줄 때는, 대부분 집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놓고 집주인은 집을 떠나 있는다. 매력적이게 보이기 위해 잡동사니들은 치우고 액자를 걸고 인테리어를 신경 쓴다. 하지만 프라빗으로 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집 볼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 집은 집을 보기 전에 중개인이 말했던 예상 가격이 사실 우리 예산을 넘었었다. 프라잇 뷰잉이라 그런지 인테리어에 신경쓰지 않아서 집도 후져보였다. 대신 위치는 최상이었고 크기나 평면도가 나쁘지 읺았다. 그래서 어차피 안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처음 중개인이 말한 가격의 91% 정도를 불렀다. 사실 이 집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찔러나보자는 느낌이었다. 근데 같이 프라이빗뷰빙을 했던 사람 중에 아무도 입찰에 안 들어왔는지, 매도인이 우리와 흥정을 시작했다.


우리가 91% 부르자 매도인 97%를 부르고 우리 93% , 매도인 95%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중에 0.2%를 더 주네 마네로 실랑이하다가 한밤중에서야  93.5% 정도 가격을 타협했다.(남편의 스웨덴 동료에 의하면 이렇게 0.2% 정도로 줄다리기하는 건 스웨덴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어차피 금액이 크기 때문에 생각한 거랑 비슷한 수준으로 오면 그냥 협의하지 이렇게 적은 금액으로 실랑이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 상대는 중국인이라 그런지 둘 다 팽팽했다)


하루종일 가격을 협의했더니, 다음날에는 들어가는 날짜가 문제였다. 일반적으로는 집을 계약하면 2~3달 안에 들어간다. 우리가 본 집도 처음에 물어봤을 때는 1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가격을 흥정하는 도중에 매도인 마음이 바뀌었다. 이사 들어갈 집에 공사 견적을 내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생겼나 보다. 갑자기 입주일자가 1월 말에서 2월 중순 3월 1일까지 막 늦춰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현재 사는 집의 계약기간이 1월 30일까지라 늦춰지면 곤란한 상황. 현재 한국에 간 집주인에게 렌트기간연장을 묻고 답을 기다리는 와중에 매도인은 이상한 제안을 시작했다. 어차피 연장되어도 렌트비 한 달 낼 테니 그거 내지 말고 0.2% 더 주고 1월 31일 들어오란다.


처음부터 1월 중순에 가능하다고 해서 입찰한 건데 돈을 더 주고 1월 말에 들어오라니 이건 또 뭔 멍멍이 짖는 소리인가 싶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들어오기 전에 공사를 좀 하고 싶어서 1월 중순 들어가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러면 1월 중순에 들어가면 0.2% 더 내겠다고 제안을 했다. 점점 둘 다 줄다리기에 지칠 때쯤 매도인이 '3월에 들어가는 거 아니면 그냥 너네한테 안 팔고 오픈 마켓에 낼게'라고 통보해버렸다. 거의 이틀 동안 내내 실랑이하다가 지칠 대로 지친 터라 집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과정을 또 반복할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가 막 몰려왔다.


그래서 에어비앤비에라도 있자 생각해서 계약조건을 받아들였다.



매도인에게 화났던 포인트들.


1. 가격협상이 다 된 다음에 입주날짜를 뒤로 미룸

2. 원래 들어가는 날짜를 가지고 돈을 더 내라고 함

3. 원래 입주일자를 뒤로 미루면서 그동안 창고를 쓰게 해 주겠다고.  오늘 한 달 전에 창고 쓰겠다고 연락 했더니 그러면 나갈 때 청소는 안 하겠단다.


스웨덴에서는 나가는 사람이 청소를 하고 가는 게 룰이다. 일반적으로 30~7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그걸 안 하겠다는 것. 본인이 일자 뒤로 미루려고 창고를 제안해놓고 이제 와서 또 이익을 챙기려는 게 화가 났다.



집 사는 과정에서 남편에게 답답했던 포인트

1. 프라이빗 뷰잉할 때 애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정말 대충 봤는데 어쩌다보니 비딩을 시작해버렸다.가격은 불러놨는데 우리는 그 집에 대한 사진은 커녕 평면도조차 없었다. 진짜로 사게 되기 전에 집을 제대로 다시 보고 싶어서 중개인한테 물어보라고 했는데 그 말을 하기 싫어했다. 이미 보고 와서 가격까지 한번 제시한 상황에서 다시 보겠다는 말을 하기 싫었던 것.


2. 그 집 보기 전부터 지금 사는 집주인한테 계약기간 연장 가능한지 물어보라고 했는데 안 물어본 것. 집 처음 들어온 날 집주인이 좀더 사셔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물어보라고 한 건데, 자기 생각에는 그 뜻이 아닌 거 같다며 물어보기 꺼려했다. 또 어차피 이사날짜가 결정된 것도 아니냐며 계속 미뤘다. 결국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도 며칠이 지난다음에, 집주인으로부터 일주일정도만 미뤄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걸 미리 들었으면 그거에 맞게 새집 협상을 들어갔을텐데, 휴..


3. 가격 때문에 실랑이하고 날짜 때문에 실랑이하다가 지쳐서 그만 할까 할 때, 남편이 이제 어차피 현재 계약기간 내에 집을 못 사는 걸 가정하고 얘기했던 것. 기운 빠지게 일단 렌트를 다시 구해서 이사를 간 다음에 다시 구입할 집을 알아보자고 했다.

4. 미리 창고 쓰는 얘기 듣고 입주일 미뤄져도 결정한 건데, 언제부터 써도 되냐도 물어보기 싫어한 것. 안 된다고 할 거 같다면서 말하기 싫어했다. 결국 매도인이 또 허튼소리를 하긴 했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남편이 모든 걸 어차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 같아서 좀 답답했다.




한국에서와 달리 스웨덴에서는 대부분 남편이 나서서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남편이 조금 내가 손해 보겠다는 느낌으로 임하는 게 항상 내 마음에는 별로이다. 그래서 내가 자꾸 요구를 하면 남편은 중간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한다.

첫번째, 비딩 중에 집 상태 다시 확인하는 이슈는 결국 내가 중개인에 전화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집을 다신 보진 못 했지만, 대신 사진을 여러 장 받아 보면서 정말 대충 봤던 집의 모습을 되살렸었다.


사실, 내가 나서서 일할 때도 내 맘같이 않게 답답한 일은 생긴다. 그럴 때 남편은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며 그냥 넘기라고 얘기한다. 절대 이렇게 해봐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이해심이 적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렌트기간 연장 가능해요?' '집 한번 다시 볼 수 있어요?' '창고 쓰기로 한 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런 걸 물어보는 걸 망설이는 건 너무 답답하다.




아무튼... 매도인도 말 바꾸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통에,  우리 네 가족은 한 달 에어비앤비 신세에 이사 두 번 당첨이다.


집 바닥 공사랑 가구 때문에 집 치수 재러 한번 보러 가기로 이미 얘기다 해놨지만, 매도인한테 말 꺼내면 또 무슨 허튼소리를 할까 싶어서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쉽지는 않지만, 이 모든 시련이 시세보다 조금 싸게 산 반대급부라고 생각하고 이 모든 걸 받아들여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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