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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an 14. 2022

앞집이 팔리다

20년간 함께 해온 이웃의 뜻밖의 결정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20년째 사시는 집은 합정역 근처에 단독주택이다. 우리 앞집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사셨고,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로 우리 부모님처럼 손주들을 봐주시며, 손주들을 같은 어린이집, 같은 학교에 보내시는 사이였다.


합정 주위가 개발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을 팔라는 부동산들의 제의가 많아졌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산 터전을 떠날 마음이 없어서 거절했다. 엄마가 혹시나 싶어 앞집에 물어봤을 때 앞집도 전혀 생각이 없다고 하셨단다. 



그. 런. 데.


어느 날 이 일대 부동산 거래내역을 보다 보니, 이미 앞 집이 팔린 게 아닌가?


천년만년 늙어가며 함께 할 줄 알았던 20년 지기 이웃에게 뒤통수를 맞고 만 것이다. 매일 인사하는 사이에 미리라도 말해줬으면 좋았으련만. 사실 우리 쪽에서는 지인을 통해 그 집을 사서 함께 개발할 생각도 있었는데. 모든 상황이 벌어진 후에 알게 되었으니 난감했다. 




앞 집이 팔리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엄마의 시름이 깊어졌다.


1. 공사 6개월 동안

분진, 소음, 충격 등으로 불편하고 건물이 상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이미 철거 과정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고, 진입로가 다 깨지고 꺼지기 시작함)

분진 소음이 가득했던 철거현장
사유지인 우리 집 진입로에 그것도 대문앞에 떡하니 물탱크를 놓고가는 클래스.(도로 아님 우리 땅임)
우리 땅 다 깨먹고
지반 내려 앉음


2. 완공된 후에는

5층 건물이 빛도 하늘도 가려 답답하게 되는 걱정이고

우리 소유인 진입로에 계속 불법주차와 싸우게 될 것도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팔고 나가야 하나

우리도 새로 집을 지어야 하나

그냥 살아야 하나


이쪽저쪽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


20년씩 살았는데 이렇게 떠밀리듯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마치 다른 종류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느낌이 든다.


이래저래 괴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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