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연두 Oct 06. 2022

아이가 유치원에서 손등을 물렸다.

규칙을 지키라고 말하다가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더니 선생님이 나를 부른다.


오늘 둘째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물려서 울었단다. 누가 물었는지 물으니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단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런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지니 선생님을 탓하기도 뭐하다. 하지만, 선생님마저도 반에 아이들이 19명이나 있으니 쉽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내가 신경이 쓰이면 원장님에게 이야기하라며 대화가 끝났다.



아이에게 들은 상황은 이렇다.


점심시간이 되어 모든 아이들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원래 규칙이 "모든 것이 세팅된 후 다 같이 먹길 시작" 하는 것인데, 둘째 옆에 앉은 아이가 자꾸 미리 먹으려고 했단다. 선생님도 몇 번이나 지적했지만, 선생님이 물을 챙겨 오는 사이에 또 먹으려고 했나 보다. 알려주는 걸 좋아하는 둘째 녀석은 그 아이에게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더니 아이가 둘째의 손을 물어버렸다.


얘기를 듣고 아이 손을 자세히 보니, 얼마나 세게 물렸는지 아직도 붉은 반점이 선명하다. 물린 지 벌써 5시간은 지났는데도 말이다.



한국에서는 때린 아이의 부모가 맞은 아이의 부모에게 미안하다고 연락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사과는 크게 의미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유야 어쨌든, 무는 아이가 잘못이고 가정교육의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또 어떤 아이는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안 되니까.


하지만, 재발방지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 원장님께 사건을 이야기했다. 아이를 훈육하든, 식사시간에 떨어져 앉게 하든,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더욱 유의 깊게 관찰하든 그 방법은 유치원의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따로 언급은 안 했다.



이제 아이와 이야기할 차례.


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다른 친구가 잘못을 해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저 아이는 물 수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해야 하나?



결국 내가 생각해낸 건 이랬다.

"무는 건 잘못된 행동이고 **이가 속상할 수가 있어. 하지만 친구가 화를 아직 잘 못 참으니까, 그렇게 알려줄 일이 있을 때 선생님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가 말하지 말고 기다려줄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남편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다 들은 남편은 둘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너만 잘하면 돼."

그러자 아이가 되묻는다

"모두 기다려야 해! 다 같이 먹는 거야"

"남하는 건 신경 쓰지 마"


지극히 개인주의자인 남편다운 말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는 않다. 다른 아이가 도둑질을 해도 못 본 척하라는 말인가? 누군가가 학교 폭력을 당해도 못 본 척하라는 말인가?


그렇다고 내 방법이 최선인지 모르겠다.

오은영 선생님이라면 무엇이라고 하셨을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페르네 사과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