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학부모 상담

다시 온지 1년 반, 아직도 부족한 언어.

by 노랑연두

어제는 첫째의 학부모 상담날이었다.


그제 저녁, 상담에 앞서서 아이가 직접 평가서를 작성했다. 평가방식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웃는 표정, 무표정, 싫은 표정 중 하나를 골라서 색칠하는 것이었다. 항목은 수업, 쉬는 시간, 친구, 방과 후 교실.


늘 학교는 재밌지만 공부는 재미없다고 말하는지라 첫째는 수업에 싫은 표정을 선택했다. 사실 싫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수업시간에 대답은 엄청 열심히 한다. 그 외에 쉬는 시간은 무표정, 친구랑 방과 후 교실은 웃는 표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에는 방과 후 교실이랑 수학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적었다.



상담은 화상으로 진행되었는데, 담임선생님 바로 옆에 첫째가 같이 있는 게 아닌가. 기존에 몇 번이나 학부모상담을 해봤지만 처음으로 당사자와 함께 하는 터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은 일단 스웨덴어와 수학이야기를 꺼냈다. 스웨덴어가 조금 부족하지만 눈치껏 잘 알아듣고 있다고.


사실, 바로 전날에 아이는 엑스트라 스웨덴어 수업(이라고 쓰고 나머지반이라고 읽는다)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늘 첫째가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반에서 4명만 듣는 나머지 수업을 받는다는 게 내심 속이 상했다. 사실 스웨덴에서 대부분의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도 글을 잘 읽지 못한다. 학교를 0학년부터 시작하는 탓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선행학습이 드문 탓도 있다. 하지만 엑스트라 스웨덴어 수업은 읽기, 쓰기, 말하기를 같이 했다고 해서 사실 놀랐다. 첫째는 한국의 속도에 맞게 한글을 일찍 떼고 영어도 어느 정도 읽을 뿐 아니라 스웨덴어도 요즘 스스로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읽기는 되려 일반 아이들보다 빠를 것 같은데 잘 못 하는 애들 반에 넣어놓으니 괜히 평가절하된 듯한 느낌이 들었나 보다. 하지만, 첫째가 스웨덴어를 여기서 태어난 애들처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사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스웨덴어 이야기를 꺼내시면 나머지반을 언급하며 금방 개선될 거라고 말했다. 그려면서 잘하고 싶어 하는 열망(eager)이 있고 영리하고(clever) 지적인(intelligent) 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옆에서 계속 듣고 있었던 첫째는 기분이 좋았나 보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같이 수학공부를 하는데 문제 맞힐 때마다 신나서 "나 smart하지?"라고 묻는 거 보면 말이다.


스웨덴에 다시 온 지도 이제 1년 반이 되어간다. 하지만 또래보다 빠르다 생각했던 첫째 아이에게도 아직 언어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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