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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Apr 10. 2023

스웨덴의 한국어책

몽골만큼 책 안 읽는 나라, 한국.

스웨덴 도서관에도 한국어책이 있다.


스웨덴 왔던 첫 해, 2016년. 아직 스웨덴 ID카드도 안 나왔던 햇병아리 시절, 나는 당시 시립도서관 바로 옆 건물에 있던 국제도서관에 갔다. 거기서 스웨덴 주민번호를 불러주고 여권을 보여주고 도서대출증을 만들어 한국책을 빌렸었다.


한국어 서가는 고작 책장 두 개. 그  대부분은 십 년은 더 되어보이는 낡은 책들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 나는 그 몇 안 되는 최근 소설들을 읽으며 한국어에 대한 향수를 지우곤 했다.


벌써 스웨덴에 온 지도 꽤 되어서일까, 아니면 그 사이에 유튜브가 내 삶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일까. 어느새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예전 같지가 않아졌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겨도 그냥 못 읽는다 생각하니 별로 아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작년 오랜만에 다시 간 국제도서관에서 한국인 사서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서님은 한국책을 많이 빌려가야 책도 늘어난다며 잦은 이용을 부탁하셨다. 하지만, 몇 년 전 이사 간 도서관의 위치는 동선이 안 좋아 자주 가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다시 간 도서관에서 또다시 한국인 사서님을 다시 만나게 되고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


1. 16년도 한국어 옆에 같이 있던 중국어와 일본어는 국제도서관에서 시립도서관으로 옮겨갔는데 그 이유는 이용하는 빈도가 많았기 때문.

2.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책 구입량을 늘린다.

3. 한국책은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오히려 16년보다 장서수가 적어졌다.

4. 서사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몽골이랑 비슷하게 책을 안 읽는 나라로 알려져 있단다.

5. 재밌는 건, 나 포함해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차피 스웨덴에서 한국책 구하기 힘드니까, 이주할 때 책을 엄청 가지고 온다는 것.

6. 심지어 우리 집에 있는 어린이용 책의 수나 국제도서관의 한국어 어린이 책 수보다 많을 정도.

7. 볼만한 책이 없으니 안 오고 안 오니 책이 줄어드는 악순환.

8. 게다가 책제목을 한국어 표기가 아닌 한글 발음 나는 데로 표시해 놔서 홈페이지에 검색조차 할 수가 없다.

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 파란 밑줄이 책 제목이다.  무슨 책인지 알아볼 수 있으실까요?


사서님이 주신 팁은 쓰인 언어(language/språk)를 Korean/Koreansk로 넣고 검색해 보기. 그리고 거기에 쓰여있는 국제표준도서번호(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ISBN)를 이용해서 검색하기였다. 또, 원하는 책을 요청하면 구입해 주니까 요청하라시며 방법을 알려주셨다. 기존에는 어차피 한국책을 신청해 봐야 스웨덴사람이 어떻게 알고 사나 싶어 희망도서 신청은 생각조차 안 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어로 들어오는 도서 요청은 결국 한국인 사서님께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어 제목에 교보문고 링크를 달아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지만, 잘 전달이 되어서 몽골만큼 책 안 읽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길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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