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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도 어릴 때 해야?

버킷리스트 vs 방아쇠 수지 증후군

by 노랑연두 Mar 03. 2025

스웨덴에서 짧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작성한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 리스트’가 있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시달림을 당할 때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을 스웨덴에서도 여전히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시간이 있어도 시간을 내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걸 느낀 뒤 적어놨던 것. 회사를 그만 두면 그 리스트를 지워나가겠노라 마음먹었었다. 꽤나 많은 하고 싶은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악기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아노 학원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된 플루트는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소중한 친구다. 스웨덴과 한국을 오갈 때도 늘 함께 했던 또 하나의 동반자.


하지만, 레슨 받은 시간보다, 문화센터에서 배우거나 동호회,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시간이 많은 터라 늘 아쉬움이 있었다.


작년 말, 드디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악기에 집중할 있겠다 싶었다. 목표를 세워 연습을 시작하고 나니 각종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일단 첫째는 낳은 뒤 음악활동이 잠정 휴업상태였는데.. 그 사이에 복근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것. 당연히 식스팩 아닌 악기를 불기 위한 숨겨진 복근이다. 임신한 뒤 배가 늘어날 때 너무 찢어질 듯 아파서, 배에 의도적으로 힘을 주지 않았더니 배에 있던 근육들이 다 없어져버린 것. 낮은음이나 높은음, 그리고 도약을 하거나 비브라토를 할 때 배를 쓰면 체력장에서 윗몸일으키기 한 것 마냥 배가 땡기기 시작했다…..도대체 언제쯤 근육이 기본 장착이 될런지 서너달째 연습을 하는데도 아직도 여전히 제지리이다.


다른 것들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다시 시작하니 뼈 아프게 느껴지는 문제점, 짧은 숨과 둔한 혀다. 항상 마음음 아름답고 풍성한 소리를 깊은 호흡으로 길게 내고 싶건만 늘 숨이 모자란다. 그리고 가볍고 빠르게 텅잉을 하고 싶은데 혀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연습하던 곡 중에 멘델스존이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스케르초에 나오는 플루트 솔로가 있었다. 숨도 모자라고 텅잉도 빠르게 안 되어서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https://youtu.be/Y11O053V13Q?si=4qLjCQQWVvjpg5K2

파후드가 분 ‘한여름밤의 꿈‘의 플룻 솔로


그리고 마지막 손가락.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넷째 손가락과 다섯째 손가락은 자유로이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 걸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부분에서는 자꾸 틀리기 일쑤. 잘 안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다 보니 손목아래로 찌르르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손가락을 달래 가며 연습을 했는데, 결국 지난번 공연 날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턱 걸리면서 잘 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턱 걸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냥 가끔 그러는 정도였는데, 공연 때는 몇 번이나 그러는 바람에 꽤 당황했다.


찾아보니 방아쇠수지라는 손가락질환이란다. 대부분은 손을 많이 쓰거나, 갑자기 많이 써서 생긴다고..


나이 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고 하루에 열 시간씩 연습한 것도 아닌다. 끽해야 하루에 한 시간에서 세 시간 남짓 연습한 건데 이렇게 몸에서 신호가 오다니…


악기를 본격적으로 하기엔 나이가 들었나 싶어 조금 속상해하며 손에 온찜질과 스트레칭을 해본다.


https://youtu.be/nXWr_lOsLnk?si=i51hg-i-yNRNNUIz​


https://youtube.com/shorts/x8H3-ZK7-Bc?si=R-nHex6TQn-clEPH


아 그리고 아마추어 음악인에게 꽤나 자극이 될 영상 2개.

https://youtu.be/jnnrAvuDWJ8?si=pPxfYaQoZ8iR5CAT

https://youtu.be/l5xaCmJ2oII?si=4cZH5u9UOt8Gob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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