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은 어려워
지난 금요일에는 두 번째 화음 분석 숙제가 있었다. 그룹별로 두곡 중 하나를 선택해서 화음을 찾고, 짧은 전주를 만든 뒤 그룹별로 멜로디를 부르면 피아노나 기타 등으로 반주하는 것이다.
삼 주 전에 했던 숙제와 같지만 그때는 1도, 4도, 5도의 기본 화음만 썼다면 이번에는 원하는 모든 화음을 넣어도 된다. 원래는 공간시간에 같이 분석해서 연습하자 했었는데, 2시였던 수업이 8시 반으로 당겨져 버렸다. 요걸 하기 위해 전날인 목요일에 학교로 와서 카린과 아스트리드 셋이서 열심히 분석을 했더랬다.
누군가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쭉쭉 나갈 텐데 셋다 화음 넣어서 반주하는 데에는 그다지 경험이 없었다. 각자 멜로디에 맞춰서 화음을 쳐보며 분석해 왔는데 대부분은 달랐다. 결국은 첫 줄부터 각자가 분석한 거 쳐보고 들어보면서 하나하나 상의하면서 화음을 정했더랬다. 24마디짜리 짧은 곡이었지만 초짜들에겐 쉽지 않아서 한 시간 반 넘게 씨름해서 결국 위의 그림과 같은 화음을 정했다.
이제 피아노 칠 사람을 정해야 하는데, 수업시간이 바뀌면서 지난번에 피아노를 쳤던 산트리나가 못 올 것 같았다. 카린은 이미 못 하겠다고 손을 들었고, 나와 아스트리드는 해야 되면 하는데 자신은 없는 상황. 둘 다 어찌어찌 코드는 잡을 수 있는데 피아노를 치면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정도 수준이라 망설이다 결국 아스트리드가 하기로 했다. 짧은 전주도 만들어야 했는데 연습실 시간이 다 되어서 대충 나왔다.
집에서 전주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보니 학창 시절에 음악시간에 전주 넣던 게 떠올랐다. 이 곡이라면 ”라 솔파#미 미 레도#레“라고 넣으면 되겠다 싶더라. 피아노로 멜로디를 치면서 반주하는 건 힘들 거 같아 멜로디는 플루트로 부르고 피아노 반주를 하면 좋겠다 싶어 다음날 30분 일찍 만나서 연습할 때, 아스트리드에게 말해봤다. 딱 3개의 코드만 더 연주하면 되는데 두어 번 눌러보더니 자신이 없는지 나 혼자 전주를 연주하란다. 숙제 검사에 음악적 완성도를 논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반주가 있어야 완성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아스트리드의 피아노 실력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걸 감안하면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던 터. 이제까지 나랑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부탁하면 아무렇지 않게 해 줬던 터라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일단 나 혼자 전주 멜로디를 연주하면 아스트리드가 반주를 이어가는 걸로 결론지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피아노는 칠 수만 있지 자신 없는 악기였다. 만약 이번에 나밖에 피아노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피아노를 쳤을 거 같은데 틀릴 수 있다는 생각에 물러섰었다. 늘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게 멋지다 생각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문득 이번이 잘 못해서 부끄럽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미루지 말고 해 봐야지.
수업이 시작하고 난 뒤 각 팀이 돌아가며 분석한 코드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달랐는데, 끝날 때면 선생님은 D코드 다음 Em코드? 같은 식으로 학생들이 연주한 코드들을 물었다. 아직 코드명도 음도 익숙지 않아서 잘 와닿진 않았다. 좀 더 많이 쳐보면서 무슨 느낌인지 알려나.
반델레온까지 나와서 반주를 했던 숙제검사를 마치자, “오도권(circle of fifth, kvintcirkeln)”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전에 웁살라대학 온라인 강의들을 때 처음 만났던 오도권은 #과 b을 붙여서 만든 음계의 으뜸음이 뭐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원이다. 예를 들면 #하나가 붙으면 G장조이고, E단조가 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은데, 오도권에 익숙해지면 조표들이 붙은 악보를 봤을 때 빠르게 으뜸음을 찾을 수 있고, 팝이나 재즈에서 조바꿈(전조)을 쉽게 하거나 멋진 화성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단다. 이름이 오 도권인 이유는 오른쪽 방향으로 갈 때 C에서 G로 이동하는데 그 간격이 도(C) 레미파솔(G) 5개이기 때문이다.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이렇게 외우면 쉽단다.
늘어나는 방향 � “Cows Go Down Alleys Eating Bread Fast”
(C–G–D–A–E–B–F#)
플랫(♭) 늘어나는 방향 � “Fat Boys Eat Apple Dumplings Greedily”
(C–F–Bb–Eb–Ab–Db–Gb)
그러고 나서는 단음계를 배웠다. 앞서 단조(minor, moll)라고 부르던 그 음계다. 샵(#)이나 플랫(♭) 같은 조표가 없는 경우, 단조의 으뜸은 도가 아니라 두음이 낮은' 라'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장조라면 "라시도레미파솔라"가 단조인 셈. 아래처럼 2번째 음과 3번째 음, 5번째 음과 6번째 음이 반음 관계이다.
이걸 "자연"단음계(natural minor scale, ren mollskala)다. 놀랍게도 단조는 사실 3가지 종류나 있다기 때문! 일단 이번시간에는 자연단음계만 배우고 나머지는 다음 시간에 배울 예정이다. 단음계가 여러 개 있다는 사실은 나도 지난 학기 온라인 수업 들으면서 처음 알았다. 이런 게 왜 있는지 사실 좀 의아했었는데 수업을 듣다 보면 좀 와닿지 않을까 싶다.
수업이 끝나고 조금 시간이 남아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리듬연습 수업으로 들어갔다. 시작은 첫 시간과 비슷했다. 음악에 맞춰 걸어가는 연습, 무릎-손뼉-어깨-머리 순으로 박자를 치면서 칠판에 그려진 4분음표 4개를 기준으로 해서 쉼표, 8분음표, 동그랗게 서서 박자마다 박수를 치는데 시작한 사람이 옆사람에게 박수를 넘겨주고 옆사람이 주면 박수를 받아오는 연습, 셋잇단음표가 그려진 종이를 이용해 변화시켜 가며 리듬을 치는 연습, 4박자에 맞춰 앞으로 가면서 한 명이 손뼉으로 친 리듬을 뒤로 가면서 따라 하는 연습 등등 박자와 리듬을 몸으로 익히는 다양한 연습들이었다.
이번에 새로운 것도 있었는데, 바로 ostinato이다. 4박을 기준으로 한 명씩 차례대로 시작해서 자기 이름을 부르고 싶은 박자에 원하는 리듬으로 부르되 일단 시작하면 계속 똑같이 반복하란다.
예를 들면 1234로 박자를 센다고 가정할 때 3번째 박자에는 길, 네 번째 박자에는 동을 넣어 "12 길동"이라고 할 수도 있고, 3번째 박자에는 길동, 네 번째 박자에는 길동을 넣어 '12길동길동' 같은 식으로 할 수도 있는 것. 그렇게 한 명씩 추가하면서 다양한 리듬을 가진 이름들이 4박자에 채워지도록 하더라. 그러고 나서는 같은 연습을 음가를 넣어서 해보란다. 이게 오스티나토라는 거라고.
위키백과에 따르면 오스티나토(ostinato)는 저음이 같은 선율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위 성부의 화성과 선율이 바뀌면서 음악이 진행하게 된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 많이 쓰였으며, 잘 알려진 예로 파헬벨의 카논이 있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시간에 시도레미까지만 배웠던 손동작을 끝까지 배웠다.
음정을 손동작과 손의 위치로 연결시켜서 정확한 음정을 내도록 돕는데, 은근히 헷갈린다. 다음 시간까지 이 손동작을 익혀서 반짝반짝 작은 별 같이 멜로디가 있는 곡을 정해서 손동작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연습하란다. 잠깐 해봤는데 은근히 헷갈려서 연습이 필요할 듯.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10월 3째주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