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늦어지는 글쓰기
자꾸 글쓰기가 게을러진다. 여행 갔다 온 뒤에는 여독 때문이라 핑계 대지만 2주 넘게 안 쓰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지난주 수요일에는 앙상블과 스터디 테크닉 수업이 있었다. 그룹별로 하는 앙상블 시간은 세 번째였는데 내가 두 번째 수업을 빠지는 바람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내가 없는 동안 선생님이 자료를 올려줘서 음원도 듣고 가사랑 코드가 적힌 자료들도 뽑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악보가 없다는 것. 늘 악보를 보는 걸로 시작했던 기존의 연습방법과는 완전히 달라 낯선 데다가 수업까지 빠지니 타격이 컸다.
먼저 첫 시간에 했던 mansane cisse의 중간 부분을 연주한 뒤 인트로 부분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없는 동안 좀 더 진도를 나갔는지 다른 아이들은 익숙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아이슬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마그누스도 우리 그룹이었다는 것. 다들 잘하는데 나만 못 하면 지난 시간에 결석한 게 눈치가 보였을 텐데, 마그누스는 앞의 수업을 다 안 온 데다가 스웨덴어까지 잘 못 해서 더 헤매서 의지가 되었다. 마그누스는 아이슬란드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는데 이미 루카스와 레베카가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차지하고 있던 탓에 비어 있는 드럼을 맡게 되었다. 첫 시간에 노래만 들었던 Lama Bada도 내가 없을 때 배웠는데, 신시사이저를 쳤던 레베카가 익숙한 듯 드럼에 앉아 10박자짜리 비트를 치고 구스타브는 노래를 루카스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민폐를 안 끼치려고 선생님이 쳐주는 건반을 보며 부랴부랴 계이름을 적는데, 자료를 보니 CFGAb(도파솔라b) 같은 계이름이 써져 있다. 리듬은 안 써져 있어서 선생님이 쳐주는 피아노를 들으며 익혀 어찌저찌 합주를 했다.
이제 고작 3번밖에 안 했는데, 다음 주에는 4번째 수업을 하고 나서 바로 3시부터 모든 그룹이 모여서 중간평가를 한단다. 공연을 한다길래 금요일 공강시간에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터디 테크닉 수업을 들었다. 내 짧은 스웨덴어로는 할머니 교수님의 사투리를 알아듣기도 중간에 우리끼리 토론하기도 힘들어서 젤 부담되는 수업이다. 먼저 숙제로 써온 포트폴리오들을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트폴리오는 수업을 들은 뒤, 오늘 배운 것, 새로운 것, 쉬운 것, 어려운 것, 더 잘하려면 무엇을 할지를 적는 것인데, 지난 시간에 4개를 해오라고 해서 각각 다른 과목들로 써갔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은 과목을 순차적으로 4개를 써오는 거였나 보다. 시간순서대로 쭉 늘어놓고 예전에 어려웠던 게 계속 시간이 지나도 어려운지 아니면 어려운 거, 쉬운 게 달라졌는지 분석해서 이야기하라는 걸 보니 말이다. 결국은 새로운 걸 배우고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해 보고 노력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쉬워지는 성공체험 같은 걸 도와주는 게 이 작업의 목적이 아닌가 싶었다.
이전에 배운 단기기억, 장기기억 그리고 반복의 중요성등을 이야기를 하고는 새롭게 “스트레스”가 학습능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배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바나에서 사자를 만났을 때처럼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을 내보낸다. 이 호르몬들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근육에 피를 보내서 빠르게 도망가는 걸 도와주며 상대적으로 피부감각이 둔화되어 도망가다 다쳐도 아프지 않으며 시야가 좁아져 도망가는데만 집중할 수 있고 소화기관으로 가는 피가 상대적으로 적어진 탓에 소화작용은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스트레스는 몸을 각성하게 만드는데, 익히 아시다시피 적당히 스트레스가 있을 때 즉 적당히 각성되었을 때 가장 업무 효율이 높다. Upp och nedvada U-kurvan이라는 그래프를 그려 보여주며 새롭고 어려운 것을 할 때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빠르게 업무효율이 떨어지지만 쉽고 잘 아는 것을 할 때는 더 많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업무능력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면서 1177.se이라는 스웨덴 공공의료 사이트에 들어가서 스트레스와 잠에 관한 부분을 읽어보란다.
https://www.1177.se/liv--halsa/stresshantering-och-somn/
나에게 큰 도전이었던 스터디 테크닉 수업도 11월 27일에 마지막 한 번만을 남겨놨다. 다음 시간에는 과목 중에서 두 개를 골라 각각 최소 5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적은 뒤 쉬운 것, 어려운 것 쓴 걸 분석해서 짧은 reflection(감상? 소회?)를 써오란다. 어찌 보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한 학기 수업이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