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또 이게 되네?
지지난 수요일은 그룹으로 나눠서 합주(앙상블) 연습한 지 4번째 시간이자, 네 개의 그룹이 다 같이 모여 배운 곡을 연주하는 중간 평가의 날이었다. 이 연주가 특별한 것은 악보가 없이 음원을 듣고 따서 하고 그 음악이 익숙지 않은 월드 뮤직이기 때문이다. 낯선 언어 가사에 익숙지 않은 리듬과 분위기를 가진 곡을 고작 4번 배우고 선보이다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몇 번 따로 연습하긴 했지만 멤버가 다 온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맞춰 오지도 않아서 제대로 된 합주 연습은 아니었다. 진짜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거 맞나? 의구심을 가진 채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4번째 수업. 내가 왔을 때마다 아파서 못 온 엘린 포함 총 6명 모두가 모였다. 엘린은 여기 오기 전에 다녔던 다른 음악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어 보컬로 공연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또 다른 보컬이 작은 원통모양의 세이커를 흔들며 구스타브와 함께 노래를 부른단다.
우리가 공연할 곡은 레베카의 예상대로 제일 처음 배운 masane cisse였다. 선생님 로빈과 처음 인트로부터 서로 맞춰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나와 레베카가 인트로 멜로디를 연주하면 드럼과 피아노가 쿵쾅쿵쾅 잠시 쉬었다가 쿵쾅 한 뒤 다시 나와 레베카가 인트로 멜로디를 마저 연주하면 자연스럽게 메인으로 들어간다. 피아노 신시아이저 드럼이 동일한 짧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연주하는 루프를 하는 동안 나- 보컬-나 순서로 멜로디를 연주한다. 마지막에 다시 처음 인트로멜로디로 돌아간 뒤 메인으로 들어가기 전에 끝내면 된단다.
지난 시간에 악보 없이 종이에 계이름 쓴 걸 보며 연주하던 게 힘들었던 나는 그 사이에 악보 그리는 무료 프로그램을 받아서 스스로 악보를 그려왔다. 아프리카 노래를 서양식 오선지에 그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이게 편하더라.
여기서 까다로운 게 시작 부분들이다. “미시미시레라”라는 메인 반주가 반복되면 그 위에 멜로디가 타고 가야 하는데 멜로디가 정박이 아닌 두 번째 시에가 시작하는 것. 그래서 매번 멜로디를 들어갈 때도 메인 끝나고 다시 인트로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때도 정박이 아닌 두 번째 시에 시작해야 하는 것. 이 건 나뿐만 아니라 멜로디를 부르는 보컬 두 명과 시디사이저를 연주하는 레베카도 마찬가지라 다들 엄청 헷갈려했었다. 멜로디가 크게 한마디에 쿵(미레파#) 짝(레시) 이렇게 들어가서 6/8박자로 악보를 그려놨지만, 사실 반주는 쿵(미시) 짝(미시) 짝(레라)의 3/4박자 리듬이다. 즉 반주를 듣다 보면 엇박에 멜로디가 시작하는 셈이라 엄청 헷갈리는 것. 게다가 반주는 ‘미시미시레라’ ‘파#시파#시레솔’ 이렇게 두 개 한 세트이라, 멜로디 들어갈 때 미시미를 듣고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 파#시파#를 듣고 들어가는 것.
나도 처음에는 멜로디 들어가는 게 헷갈려서 헤맸는데 악보를 그리면서 이해가 가서 맞게 들어갔지만, 레베카 구스타브 에린 모두 엄청 헤매더라. 그래도 다행히 1시간 수업을 하고 중간평가 시작 전까지 우리끼리 연습을 한덕분에 얼추 맞아졌다.
아래 동영상이 중간평가 때 연주한 것이다. 에린이 중간에 한번 잘 못 들어가긴 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다.
한국 같으면 이런 평가가 있다고 하면 하나라도 안 틀리려고 엄청 빡세게 연습할 거 같은데, 어차피 점수 없이 통과만 있는 수업이라 그런 건지 원래 여기 애들이 그런 건지 그냥 적당히 즐기며 대충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다른 그룹의 노래를 들어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꽤나 그럴싸하게 준비가 되었더라. 뜻 모를 가사에 독특란 리듬까지 다양한 나라의 노래를 연주하느라 다들 수고했다.
이렇게 앙상블 중간 평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