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당하지만 희망을 안 버리는 나란 사람
지난 수요일에는 단출하게 앙상블 수업 하나만 있었다. 전주 금요일에 연습을 길게 못 한 게 못내 걸렸던 나는 앙상블 수업 바로 앞 시간에 수업하는 그 강의실을 빌려놨더랬다. 그리고 애들한테 나 빌려놨으니까 연습할 수 있어라고 했지만, 뭐 매번 결론은 똑같다. 남자애들은 메신저에 써진 거 봤을 텐데도 아무 대답 없이 안 왔고 한 30분 지나니 에린이 오고 둘이 쿵짝쿵짝하다가 10분에 레베카 와서 같이 잠깐 해보다가 수업 시작했지 뭐.
지난 시간에 노래만 들어봤던 스웨덴 전통 춤곡 “uti friska gräset gröna”는 다른 곡들과 달리 현악기 소리가 두드러졌다.
https://youtu.be/IhSxP2SinT8?si=6PyJ9tLzhmq5NlW-
스웨덴 전통음악 보면 바이올린과 스웨덴 전통 현악기인 니켈하르파를 많이 쓰는데 이 음악도 이런 악기들을 써서 반주하는 듯.
니켈하르파는 못 해도 대학시절 바이올린을 잠깐 배웠던 적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면 좋겠더라. 어차피 앞선 수업과 공연을 보니 정해진 악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멜로디를 반복하니 조금만 연습하면 얼추 흉내는 낼 수 있을 거란 심산이었다. 그리고 음에 따라 운지가 정해져 있는 플루트와 달리 바이올린은 어느 위치에 손을 잡느냐에 따라 음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듣고 음 따기가 쉽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바이올린 실력은 거의 초보자 수준인 데다가 배운 지도 20년이 넘은 상황. 그래도 이번 기회에 노는 악기를 써보겠다며 주말에 연습을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 앞부분 빠바빠바빠바빠밤은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항 수 있었는데 뒤에 멜로니는 같이 할려니 손이 잘 안 돌아가더라. 어쩔 수 없는 초보자의 한계란..
그래도 한다고 하면 잘 하든 아무도 반대를 안 한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어떻게든 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도와주는 게 스웨덴 교육인 듯.
선생님이 스웨덴 곡할 때 악기 두 개 다 할 거냐고 묻길래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두 개 다 하면 정말 멋질 거 같단다. 어떻게 나눠서 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어쨌든 바이올린도 가져가 보는 걸로.
이번 곡도 마찬가지로 악보가 없어서 선생님이 열심히 피아노를 쳐줬다. 평소에는 계이름을 받아 적었는데, 바이올린은 계이름 봐도 연습 안 하면 손가락이 안 돌아가서 못 하는 터라 그냥 영상으로 찍었다. 빨리 악보로 그려서 연습해야지..
그리고 악기를 두 개씩 들고 다니는 게 힘들어서 미루고 미루던 사물함을 신청했다. 학교 인포메이션 같은 internservice에서는 출입증 발급, 악기 대여뿐 아니라 사물함도 빌려준다. 어디에 있는 사물함일까 궁금했는데 연습실이 있는 건물 1층 서점 옆에 있는 자그마한 사물함 방이었다. 거기에 바이올린을 넣어놓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왔다. 이제부터 바이올린 연습은 학교에서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