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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 song?!

남아공에서 오신 교환 교수님의 합창 프로젝트 시작

by 노랑연두

이번 주 수요일에 있던 앙상블 수업이 취소되었다. 미리 10시부터 만나 2시간 동안 연습을 하자했지만 역시나 아이들은 늦거나 안 왔다. 이번에도 그럴 거 같아서 나도 30분 늦게 갔는데, 레베카만 제시간에 오고 엘린은 50분 뒤 루카스는 1시간 반뒤에 왔나? 그나마 온 건 양반이지 구스타브는 아예 오지도 않았다. 매번 약속 잡을 때는 같이 잡고는 아무런 변명도 없이 안 오는 건 도대체 뭔지. 결국 오늘 혼자 일찍 온 레베카는 루카스에게 “캘린더라는 좋은 기능이 휴대폰에 있다”며 간접적으로 뭐라 하더라. 근데.. 그전에는 맨날 내가 그렇게 혼자 기다렸죠?! 솔직히 만나서도 하는 둥 마는 둥 해서 사실 굳이 시간을 빼서 만날 필요가 있나 싶긴 하다.


그렇게 하는 둥 마는 둥 연습을 마치고 같이 점심을 먹다가 수업 취소된 걸 알고 다 뿔뿔이 헤어졌는데 혹시나 안 온 두 명이 원래 수업시간에 올까 싶어 수업하는 교실에서 악기연습을 하면 기다려봤더랬다. 앞서 수업이 취소되었다고 표현했지만 공지에는 수업이 자습(?)으로 바뀐거라 우리 앞의 그룹은 자기들끼리 연습하고 있긴 했어서.. 근데 역시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 앙상블은 내 몫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지..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겠지.


그렇게 수요일이 지나고 첫 필기시험이 있는 금요일이 되었다. 시험에 앞서 일단 리듬연습 수업이 있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게스트가 있었는데 바로 자매결연을 맺은 남아공 대학에서 온 교수님이었다. 할머니 선생님과는 벌써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그동안 이렇게 서로의 학교에 가서 참관하며 교수법등을 교류했다고 한다. 이번 시간도 몸으로 리듬을 느끼는 다양한 활동들을 했는데 전 시간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단 이번에는 각자 1,4,5도 화음이 들어간 곡을 피아노로 치는 걸 연습해 오는 숙제가 있었다. 오른손으로 멜로디 왼손으로 화음을 쳐도 되고, 두 손 모두 화음을 치고 노래를 불러도 좋단다. 나는 고민 끝에 한국의 노래를 알릴 겸 “섬집아기”를 준비했다. 근데 왜 한 시간을 연습해도 틀리는 데는 계속 틀리는 걸까? 어렵지도 않은 곡인데 말이지. 다행히도 다들 최소 한두 번씩은 틀리고 선생님도 그런 걸로 크게 뭐라고 하지 않긴 했다. 그리고는 둘씩 짝을 만들어서 한 명이 피아노 치면 나머지 한 명이 화음에 맞게 몸동작을 하고 끝나면 역할을 바꿔서 하는 것을 연습해 오라고 했다. 나중에 그것도 시험에 들어간단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는 음악이론 시험이 있었다. 강의실에는 오랜만에 보는 가림판이 책상 위 자리마다 올려져 있었다. 시험 자체는 원래 배웠던 것들이 나왔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악보보고 무슨 음인지, 몇 분의 몇 박자인지, 두 음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라단조 가락 음계는 뭔지 등등. 합격선은 75점. 시험전날, 수업시간에 잘 듣고 연습문제 열심히 풀었기에 모두 맞출 거라 생각하며 연습 시험 문제를 풀어보았다. 작은 실수가 몇 개 있어서 시험 볼 때는 다 푼 뒤 한 번씩 다시 풀면서 검토를 했더랬다. 그래도 나름 시험을 봤으니 이제 집에 가서 쉬면 좋을 텐데 이번 금요일에는 새로운 수업이 있었다. 이름하여 합창 프로젝트. 남아공 대학에서 오신 선생님이 3주 동안 남아공의 노래를 알려준단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아까 리듬수업 때 만난 분이 가르친다 생각했는데 새로운 선생님이었다.


금발머리를 한 백인이었는데,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본인과 남아공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남아공은 아주 다양한 언어를 가진 나라인데 나라에서 인정한 공식언어만 무려 11개에 달한단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국어는 줄루어로 인구의 23%가 사용하며 두 번째는 코사어로 16%가 사용한단다. 영어는 의외로 9.6퍼센트로 4위란다. 하지만 각자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공용어로는 영어를 사용한다.


총 두곡을 배웠는데 첫 번째 곡은 click song이라는 코사어로 된 노래였다. 코사어는 독특하게 혀를 튕기며 시계소리를 흉내 내 듯 소리를 내는 클릭 음이라는 게 존재한단다.


선생님이 한 소절씩 또박또박 소리내주고 따라 했건만 노래를 하며 혀까지 튕기려니 엉망진창.. 그래도 원곡은 아래와 같다.

https://youtube.com/clip/Ugkx0YOJvE6UyeIxM7wIzkbbob0vhYFZ5CGp?si=g_EuIsAKDxv50NVe

찾아보니 코사어에는 무려 3개나 클릭자음이 있단다. 참 세상은 넓고 소리 내는 방식은 다양한 듯.

다행히 악보가 있지만 봐도 가사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


두 번째 곡은 남아공의 또 다른 언어로 된 Ntate(은타테)였다. 악보를 보니 네 개 성부에 솔로까지 5개 파트로 편곡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지는 집중력.. 가사를 봐도 모르겠는 발음에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까지 각각 음을 배우니까 점점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싶으면서 너무 배가 고파져서 빨리 집에 가서 밥 먹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나더라. 거기에 이 곡은 나름 안무 같은 것도 있어서 단순하지만 스텝도 밟고 마지막에는 손을 하늘로 올려 흔들기도 한다. 절로 아프리카 원주민이 된 거 같은 느낌..

두번째 곡 (nkgo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하는걸까?)

다행인 건, 이 합창 프로젝트는 단 세 번뿐이라서 두 번만 더 들으면 끝난다는 거.


참 별 걸 다 해본다 싶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남아프리카 공화국 언어로 노래를 불러보겠나.. 생각하며 견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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