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끝내는 수업후기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 사이에 스터디 테크닉 수업도 하고 기말보고서도 내고 리듬연습이랑 청음 시험, 앙상블 시험까지 모두 봤더랬다. 물론 합창 프로젝트도 마무리했고. 심지어 내일이면 새로운 수업도 시작한다(고 썼다가 마무리를 안 해서 이제 이미 새 수업도 3주나 들은 상태). 새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안 쓴 내용을 쓰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해서 그냥 간단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리듬연습 수업은 이제까지 배웠던 음악에 맞춰 걷기와 손뼉 치기, 손으로 솔페지오 동작을 하면서 스케일하기 노래 부르기 등을 했고 그걸 학기말에 다 같이 시험을 보았다. 또한 짝을 지어서 한 명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반주 화음(1도, 4도, 5도만 사용)에 맞는 동작을 만들어 연주하는 동안 동작을 하면 노래를 표현하는 연습을 했고 그 또한 시험을 보았다. 가만히 앉아서 또는 서서 연주하는데 익숙한 나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과제였다. 그리고 화음이 3개이니 동작도 3개밖에 안 되는데 그걸 가지고 공간을 쓰면서 음악을 표현하라 하니 물음표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내 짝꿍인 아스트리드가 반짝반짝 작은 별을 연주할 때 똑같은 화음이라 같은 동작이지만 “서쪽하늘에서도”에서는 오른쪽을 보면서 하고 ’동쪽 하늘에서도‘에서는 왼쪽을 보고 하는 식으로 변주를 줬다.
청음시험은 아예 시험문제를 줬기 때문에 그대로 연습해 가면 되었다. 단선율 악보를 보고 부르기, 리듬 치기, 다장조와 바장조의 으뜸 3화음(1도, 4도, 5도) 치기였는데 크게 어려운 건 아니라서 몇 번 연습하고는 큰 어려움 없이 시험을 통과했다. 원래 이 구두시험 외에도 notysing이라는 앱을 끝까지 다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음표를 보고 노래를 부르는 연습을 하는 앱인데, 아직 안정화가 안 되었는지 제대로 불러도 에러가 자꾸 떠서 꽤 성가셨었다.
알려준 모든 문제가 다 풀고 난 뒤 갑자기 교수님이 음들을 부르더니 부르는 멜로디를 듣고 따라 하라더니 잘했는지 저 앱은 안 해도 된단다. 악보를 잘 못 읽는 사람을 위한 앱인데 나는 필요 없을 거 같다며. 시험이 끝난 뒤 합창프로젝트 수업에서 만난 아스트리드에게 신이 나서 그 말을 전했더니 아스트리드가 갸우뚱했다. 그녀에겐 문제 외에 다른 걸 시킨 게 없었고 따로 notysing 안 해도 된다는 말도 없었나 보다. 갑자기 머쓱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을 조심하게 되었다.
음악이론 수업은 꽤 내용이 많았는데, 음표, 쉼표, 조표, 스케일(장조, 단조), 5도권 등 이제까지 배운 모든 것을 시험으로 봤다. 은근히 정신응 난 차리면 틀리기 쉬운 문제들이라서 연습문제도 꼼꼼히 풀어보며 준비했다. 성적이 나오는 수업은 아니지만 요런 종이로 보는 시험이야말로 한국식 교육의 장점이 드러난다며 백점 맞아야지 이랬는데 결과는 92/95. 한두 개 틀렸나 보더라.
스터디테크닉 마지막 두 수업은 남아공에서 온 교수님이 하셨다. 계획 세우는 방법(큰 목표부터 작은 목표로 세분화하고 월별 주별 일별 목표를 세우는 등), 다양한 집중력 향상법들(activr recall, spaced repetition, Feynman technique, SQ3R)을 배우고 즉석에서 활용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말고사는 이제까지 배운 내용들을 가지고 몇 자 이내로 정리하는 문제들이었는데 외워서 쓸 필요 없이 문제를 보고 답을 적어서 보고서처럼 제출하는 식이었다. 내용을 알아도 스웨덴어로 쓰려면 고생했을 텐데 참 다행이었다.
앙상블 수업은 가장 마지막까지 진행되었다. 1월 둘째 주 수요일에는 그전에 교수님 아파서 취소되었던 수업을 보강했는데, 출발하려고 보니 한국 갔다 오면서 잘 넣어둔 열쇠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다가 못 찾아서 현관문을 안 잠그고 나왔을 때가 이미 수업이 시작했을 시간이라 왓츠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겨놨다. 아무런 답은 없었고 30분이나 늦게 교실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더라;; 뭔가 찜찜한 기분을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일주일이 흘러 마지막 수업이자 기말 공연을 하는 날이 되었다. 다른 팀들은 수업 끝나고 여기저기에 연습실을 잡고 연습을 하는듯하는데 우리 팀 채팅방은 조용했다. 이미 여러 번 바람맞은 경험이 있던지라 따로 연습하자는 말도 꺼내지 않긴 했었다. 그래도 마지막 수업이자, 기말 공연에는 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 6명 중 나를 빼고 딱 한 명 레베카만이 왔던 것. 교수가 말해서 안 오냐고 메시지를 보냈건만 채팅방도 조용했다. 그나마 에린은 교수한테 아프다고 메일을 보냈나 보더라. 아이슬란드 교환학생은 중간공연 이후로 아예 수업에 안 나왔을 뿐 더라 연락처도 없었고 나머지 두 남자애들은 채팅방에 있지만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다. 결국 원래 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해서 레베카 나 교수님 셋이서 반복들을 모두 생략하고 아주 짧게 연주하기로 했다. 그나마도 3곡 중 1곡은 셋이서 하긴 무리라며 뺐다. 그렇게 적어지고 짧아진 곡을 몇 번을 맞추니 수업이 금세 끝나버렸다. 기말 공연 시작 전에 커피라도 마시고 오라며 교수가 일찍 끝내줬다.
어느새 기말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다른 팀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데 어떤 팀도 결석한 사람이 없는 거다. 정말 우리 팀 말고는 다른 신이 나서 연습을 했고 합주의 즐거움을 느낀 것 같았는데.. 우리 팀만 초라하게 둘이었다. 자꾸만 나오는 헛웃음을 누르며 연주를 하고 다른 팀 공연을 보는데 어찌나 헛헛하던지.. 제일 기대했던 앙상블 수업을 망쳐버린 팀원들에 대한 원망이 치밀었다. 사실 내가 속한 그룹이 잘한다고 써서 낸 사람들의 그룹이어서 그럴싸한 합주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더랬다.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요란하기만 한 빈 수레였지만. 그래서 새로운 학기가 시작할 때는 스스로 합주 실력 써서 내는 종이에 겸손하게 적어냈다. 또 그런 빌런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그렇게 깽판 쳤으면 더 이상 수업 안 들을 법도 한데 결석자들 중 한 명이 다음 수업에 보였다. 와서 미안하다고 할 법도 한데 아는 척도 안 하더라. 참..
아무튼 이렇게 전형적으로 망한 조모임과 함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찝찝한 마무리일지언정 모든 수업은 통과했으니 수고한 스스로에게 토닥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