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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자며.. 왜 안 오는 거야

앙상블 그룹연습

by 노랑연두

한번 밀리니 글쓰기 따라잡기가 힘들다. 필 받았을 때 후다닥 밀린 글을 써보려 한다.


지지난주 금요일은 수업이 세 개나 있는 바쁜 날이었는데 앙상블 연습까지 더해졌다. 10시부터 수업을 하는 통에 앙상블 연습을 9시부터 하기로 한 통에 아침이 바빴는데 막상 가보니 아이슬란드 청년 마그누스만 와있는 게 아닌가..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아서 다른 애들의 행방은 모른 채 우리 만나기로 한 거 맞지? 라며 서로 멀뚱멀뚱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짐 중이겠다고 프린트한 종이 정리해서 놓고 왔는데 계이름 써놓은 종이 안 갖고 왔더라. 15분이 지나 루카스가 나타나서는 레베카는 치과를 갔는데 늦어지고 있단다. 우리 중간 평가 때 어떻게 해야 하냐며 배운 두곡을 노래를 틀어서 듣고 하는 둥 마는 둥 연습하고 있었는데 45분쯤 레베카가 도착했다. 자기 생각에는 더 많이 배운 mansane cisse만 연습하면 될 거 같다며 지난 시간에 배운 인트로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온 탓에 몇 분 못 하고 정리해야 했다. 내가 미리 점심용 공강시간도 합주연습실을 예약해 놓아 점심 빨리 먹고 하는 걸로 보기로 하며 헤어졌다.



첫 시간은 청음 수업, 지난 시간은 여행 가느라 수업은 못 들었지만, 숙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숙제는 무려 자작곡 만들어오기! 기초 음악이론과 실습이라는 이 과목을 들은 지 고작 만으로 2달밖에 안 되었는데, 자작곡이라니!! 한국음악교육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급격한 전개였다. 단 코드는 1도(도미솔), 4도(도파라), 5도(시레솔) 딱 세 개만 쓰되 코드 진행도 멜로디도 길이도 다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된단다. 아무리 그래도 작곡이라고 하면 왠지 대단한 사람이 해야 할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제는 해 가야 할 터. 피아노 앞에서 악보 없이 아무렇게나 쳤던 기억을 연료 삼아 짧은 연주곡을 만들어냈다. 까먹을까 싶어 오선지에 그려놓고 들고 갔다. 어쩌다 보니 첫 타자로 연주하게 되었는데 다 하고 나니 왜 이렇게 뿌듯한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짧고 단순한 곡이지만 내가 곡을 만들었고, 비록 수업시간이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준 것이니 말이다. 교수님도 jätte skönt(very nice)라고 칭찬해 주시니 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제일 잘했을걸? 자신감 뿜뿜한 상태 다른 사람들의 자작곡을 듣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정년퇴직하신 할아버지는 우쿨렐레로 코드를 치며 컨츄리 풍의 노래를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곡을 만들 생각만 했지 노래를 만든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가사까지 만들어 노래를 하시더라. 여기에서 충격 한방. 그러고 나서 다른 남자애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데 살짝 인디 느낌도 나고 꽤 그럴싸한 거다. 악보도 제대로 못 읽고 리듬 듣고 음표도 못 그려서 음악바보인 줄 알았는데.. 여기에서 또다시 충격한방.


내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음악 교육은 배우고 익혀서 그저 주어진 악보를 좀 더 잘 해석하고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하는데 집중했는데, 스웨덴의 음악교육은 느끼고 표현하는데 더 관심이 있었구나 싶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게 어쩌면 음악 스트리밍 1위 앱인 스포티파이를 만들고 세계적인 그룹 아바를 키워낸 힘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정말 과제를 하는데 집중한 기초적인 수준의 곡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반 학생들에게 2달 음악 수업받고 자작곡 써오라면 1주일 만에 만들어 연주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면 고개가 저어진다.

그다음에는 다른 숙제인 이음줄 있는 리듬 치기 연습을 같이 해봤다. 4분의 4박자에서 첫 박은 무릎, 두 번째 박자는 손뼉, 세 번째 박자는 어깨, 네 번째 박자는 머리를 치면서 입으로 따까따까처럼 소리를 내는 것이다. 아래 악보에서 첫 번째 마디는 따까따까-까따까, 제일 마지막 마디는 따까따———로 소리를 낸다.

세 명씩 그룹을 지어 시켰는데 아스트리드와 나만 좀 하고 나머지는 하다가 헷갈려서 끝까지 못 하더라. 음악성과 상관없이 악보를 많이 읽어본 사람이 이런 건 잘하는듯하다.


청음도 어느새 마지막 한 시간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처음에 청음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 노래 듣고 오선지에 악보를 그리는 걸 생각했는데, 막상 악보를 보고 부르는 것과 코드, 리듬처럼 기초적인 내용만 배워 아쉽다. 다음 학기에 이 수업과 연결된 다음 단계 수업, Basic Ear Training - Theory and Practice을 들으면 더 발전된 내용을 배울 수 있다니 좀 더 기다려봐야지.


그다음 수업은 rytmik 리듬 연습시간이다. 음악에 맞춰서 걷고 손뼉 치기로 시작해서 지난번 수업에 했던 내용을 반복한 뒤, 구석에 있던 Amadinda라는 한 줄짜리 실로폰을 가져오셨다. 이 악기는 단소처럼 5음계악기라서 도레미솔라의 다섯 음만 가지고 있는데 이걸 가지고 박자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이 4분음표들을 딴딴딴딴치면 다른 한 명은 8분음표길이로 따따따따따따따따치고 다른 한 명은 따안따안하고 2분 음표길이로 치는 것. 한 박을 쪼개는 연습, 길게 내는 연습과 더불어 교수님이 멈추면 같이 멈추고 시작하게 만듦으로써 합주의 기본을 배우게 하는 듯했다.

그러고 나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손동작으로 보여주는 솔페지오를 했다. 전전주에 우리끼리 모여서 연습했던 것들을 보여준 뒤 새로이 Broder Jakob에 맞춰 손동작을 하란다. 그런데 이 노래 멜로디가 너무 익숙하다. 뭐지 뭐지 하며 계속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나는 것. 지금 글 쓰면서 찾아보니 바로 오리는 꽉꽉으로 시작하는 동물흉내라는 노래이다.

동물 흉내

오리는 꽉꽉 오리는 꽉꽉
염소 음메 염소 음메
돼지는 꿀꿀 돼지는 꿀꿀
소는 음머 소는 음머

“돼-지는”가 8분음표들이라 손동작을 빨리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다음 수업시간까지 연습을 해오라는데 그다음 주에는 선생님 없이 우리끼리 연습하는 시간이라서 그때 연습하면 될듯하다.


그리고 밥을 먹고는 앙상블 연습하러 갔다. 마그누스는 어딜 갔는지 안 보이고 대신 아침에 안 왔던 구스타브가 루카스와 함께 오고, 친구랑 얘기하느라 같이 안 왔던 레베카를 불러 연습을 시작하려니 다음 수업까지 20분 정도밖에 안 남았다. 나만 맘이 급한 건가… 일단 아까 얘기했던 데로 mansane cisse만 조금 연습하고 다음 수업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수업은 음악이론 수업. 내가 빼먹은 전 시간에 배운 화성단음계(harmonic minor scale/ homoniska mollskala)와 가락단음계(melodic minor scale/melodiska mollskala)를 복습했다. 단음계는 전전시간에 배운 자연단음계(natural minor scale/ren mollskala)까지 총 세 개를 배웠는데 아래와 같다.

자연단음계는 조표가 없는 다장조에서 으뜸음을 라로 하여 시작한다. 즉 “라시도레미파 솔라”라는 것. 근데 여기서 문제는 스케일에서 7번째 음인 솔이 으뜸음인 라와 온음차이가 난다는 것. 예를 들어 장조에서는 7번째 음이 시라서 반음차이가 나는데 이런 경우 시가 강하게 으뜸음임 도를 당겨서 마무리하는 느낌을 준다. 서양음악에서는 이런 마무리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솔라를 반음으로 만들고 싶었나 보다.


는 시작음이니 움직일 수가 없고 대신 을 반음 올려서 솔#을 만들어 음계를 만든 것이 바로 화성단음계이다. 화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음계가 있으면 거기에 두음씩 올려 3도 화음을 만들 수 있고, 7번째 음인 솔이 솔#이 되면 5도 화음이 미솔#시로 Emajor 코드가 바뀌면서 화성적으로 봤을 때 5도 화음 다음에 1도 화음이 오면 더 완벽하게 끝이 나디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근데 화성단음계에서 7번째 음을 반음 올리는 바람에 그 영향으로 6번째 음인 파와 7번째 음 솔#사이가 1.5음이나 차이가 난다. 파솔은 소리 내기 쉽지만 파-솔#는 부르기도 어렵지만 들었을 때도 이상하게 들린다.


그래서 6번째 음인 파#으로 반음 올린 게 바로 가락단음계이다. 독특한 점은 올라갈 때는 6, 7음을 반음씩 올리지만 내려갈 때는 올리지 않고 자연단음계처럼 내려간다는 것. 애초에 7음을 올린 이유가 마지막 으뜸음으로 갈 때 반음관계를 만들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내려갈 때는 반음을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온라인으로 이 내용을 배울 때, 완전 말장난처럼 느껴져서 기계적으로 암기했었다. 근데 음악학교에서 배우니 확실히 다르다, 이 세 가지 단음계를 노래에 적용해 보는 걸 보면 말이다.


예를 들면, 악어떼의 경우 앞쪽에 아무런 조표가 없지만 노래가 도가 아닌 라로 시작해서 라로 끝난다. 즉 단조 노래인 것. 지금 보면 어디에도 임시표가 없기 때문에 이 곡은 자연단음계로 만들어진 곡이다. 근데 만약 이 곡을 화성단음계로 바꾼다면 7번째 음인 을 반음 올라간다. 그러면 “ 가자”와 “나라”의 기, 서, 올을 반음 올려 불러야 한다. 반면에 가락단음계의 경우 위로 올라갈 때는 파와 솔을 반음씩 올리고 내려갈 때는 그대로 두어야 한다. 그러면 기어서가자의 경우 솔라솔파미이므로 올라가는 첫 번째 솔은 반음 올리고 내려가는 프레이즈에 있는 두 번째 솔과 파는 원래 음을 내게 된다. 나올라의 올도 내려가는 프레이즈에 있으므로 원래 음을 낸다. 결국 “어서가자”만 반음을 올리면 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선생님이 입으로 알려준 노래를 바꿔 부르며 각 단음계의 느낌을 확인했다.

유명한 단조 동요 찾아줘라고 챗지피티한테 부탁했더니 다 틀리게 찾아준다, 구글에서 치면 바로 나오는데 말이다..


그 외에도 기존에 3화음인 C(도미솔), Cmin(도미b솔)를 벗어나 두 번째 음을 한칸 위 또는 한 칸 아래로 바꾼 서스코드 Csus4(도파솔) Csus2(도레솔), 그리고 두번째음을 아예 없앤 파워코드 C5(도솔)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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