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시리즈 끌고 가고 싶은 시간
7층 라운지다. 두 달간의 미국 생활에서 가장 그리울 것 같은 곳이다. 언제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높다란 의자에 앉아 신문도 보고 글도 쓴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책도 읽는다. 늘 쾌적하고 조용하다.
오래전 2년여 동안 외국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여행 사진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일상의 일들은 희미해졌다. 즐겁고 힘들었던 많은 시간들이 증발해 버린 것 같다. 기록한 줄 없는 일상의 생활과 새로운 곳에서 느끼고 알았던 일들이 떠나버린 버스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때로는 나 혼자, 어느 날은 예쁜 아이와 엄마가 잠시 머물다 가는 7층 라운지에서 일상의 일기를 쓰기로 했다.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내린다. 수영장 물 위로 떨어지는 비가 튕겨져 나갈 듯 쏟아지고 해먹에 스며든 빗물이 흘러내린다. 한동안 창문을 세차게 때리던 비가 멈추고 해가 뜨겁게 나타났다. 생각난다. 그때의 시간이. 내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며 글을 쓰던 시간이. 두 달 동안 매일 일기를 썼다.
삶이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떤 이들은 자조적인 말로 살아온 것과 살아갈 날들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매일 똑같은 삶이라고 푸념만 하지 말고 다를 것이 있는 삶을 원한다면 무엇인가 해야 한다. 달라지고 싶다면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면 된다.
삶을 소풍이나 여행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낯선 곳에서 익숙했던 곳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이유는 살아갈 시간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위해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달라지고 싶다면 주어진 시간에 끌려가기보다 끌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