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의 미안한 마음
린다 시리즈 나를 흔들어 깨우는 일은
미국식 별다방에서 일이다. 앞질러 달려온 쌀쌀한 봄날 딸과 함께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젊은 엄마가 아기를 안고 왔다. 그녀는 오자마자 아기의 기저귀를 아무렇지도 않게 갈고는 기저귀를 옆 의자에 놓고 음료를 주문하러 갔다. 잠시 후 주문한 커피를 가져와 마시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고 테이블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지갑을 보지 못했냐고 대뜸 묻는다.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우리 테이블 가까이 지갑을 놓았는데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시 찾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 그러니 정신도 없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듯하여 주문한 곳에 가서 물어보라고 혹시 거기에다 놓고 오지 않았냐는 말을 했다. 아주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이를 안고 일서 나서 계산대로 갔다. 돌아오는데 손에 지갑이 있다.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더니 커피를 마시고 나갔다. 그녀가 나간 후 뭐 저런 여자가 있냐며 흉을 보기 시작했다. 세간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겪고 나니 기가 막혔다.
그럼 나는 다른 사람을 황당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한 일은 없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리는 일이 있다. 다시 그 청년을 만난다면 사과하고 싶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 적에 집에서 한시 간 거리의 유원지에 놀러 갔었다. 다음 날 지갑을 찾으니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다. 며칠이 지난 후 아파트 초인종 소리에 누구냐고 물었다. 한데 낯선 청년이 내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지갑을 주웠다며 주민등록에 적힌 주소가 자신의 집과 가까워 가져왔다고 한다. 얼른 문을 열고 보니 20살 정도의 청년이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지갑을 보니 돈이 없었다.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말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혹시 돈은 못 보았냐고. 청년은 없었다고 말하며 돌아갔다. 얼마나 기분이 상했을까. 자신이 도둑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 괜히 가져다줬다며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청년의 기막힘은 나보다 몇 배가 더 했을 것이다.
내가 누구를 흉을 보고 어쩌고 저쩌고 할 처지였던가. 나도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고 살았다. 살면서 한두 번쯤이 아니라 여러 번 다른 사람의 인상 찌푸린 일들을 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때는 모르고 말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마음이 언짢거나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다면 잠시 자신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벌컥 화낼 일이 피식 웃게 될 수도 있다.
때로는 눈에 거슬리는 누군가의 행동들이 낡은 기억을 되살려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 주위에 혹은 가까운 지인들을 보면서 배우며 피해야 할 일들은 수두룩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지 않는다면 늘 나에게 보내는 신호는 넘쳐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다시 한번 청년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