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시리즈 긍정적 중독은 삶을 가꾸는 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시는 일이다. 창밖을 두른 어두운 새벽 물 끓는 소리가 잠자는 어린아이 새근거리는 콧소리 같다. 컵에 커피 한 수 푼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운 뒤 우유를 넣어 젓는다. 향기와 함께 마시는 뜨거운 커피가 입속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방에 불을 켜는 듯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나의 아침은 매일 이렇게 시작된다.
습관처럼 하는 일도 중독이라고 부르면 과장된 것일까.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페인 중독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독은 약물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중독 등 부정적 의미만 생각난다. 부정적 의미의 중독을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라써는 긍정의 의미로 <긍정적 중독>이라는 책을 썼다. 단어 하나만 바꿔 놓으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뀐다. 우리가 긍정적 중독으로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국 누구를 위해 하는 일인지 설명하고 있다.
1자 발적으로 매일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동시에 경쟁적이지 않고
2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숙달되기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3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 같이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일.
4 자신에게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고.
5 스스로 그 일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6 자신을 비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그런데 어디에도 중독으로 느낄 만한 것이 없다. 중독하면 포기하는 삶이 그려지고 수렁에 빠져 무언가에 집착하는 모습이지 않던가. 그런데 무언가 설렁설렁해서 중독이 될 수 있을까? 중독이라는 극적인 말을 사용했지만 과정은 여유롭다. 서두르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달라지는 삶을 보라는 것이다. 긍정적 중독이 삶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쯤도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자연, 시골 텃밭에 긍정적 중독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계절 중독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다. 땅은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중독성이 강하다.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면 새싹이 올라온다. 기다림도 즐거움이다. 그 사이 새싹이 잘 자랄 수 있게 잡초를 뽑는다.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고 매년 그 자리에서 자라는 봄나물이 올라오면 지인들을 불러 밥을 먹고 쑥을 뜯는 일을 한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듯 봄이면 늘 하는 일이다.
가을에도 여전히 먹을거리는 텃밭에 널려있어 겨울 먹을거리를 준비한다. 무말랭이도 곶감 토란줄기 깻잎 부각 고추부각도 가을 햇빛에 말려 둔다. 계절 중독 속에는 경쟁도 없고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친구와 같이 해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몇 해 전 가을 끝자락쯤 친구와 깻잎 부각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가졌던 일이 웃음 짓게 한다. 같이 해서 즐겁고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시골 텃밭에 중독된 이유는 자연의 순리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산에서 나물을 뜯으면서도 남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해 씨를 뿌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자란다. 자연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하는 땅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삶의 여정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을 쓰는 것에 긍정적 중독이 됐다. 글을 쓰면서 자신과 더 많이 만난다. 시골 텃밭은 외적인 것을 통해 나를 본다면 글을 쓰는 것은 내적인 것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다. 혼자 글을 쓰기도 때로는 문우들을 만나 경쟁 없이 서로의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글과 마주하는 시간이 즐겁다.
주위를 둘러보면 긍정적 중독으로 될 만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독서를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봉사로 삶의 의미도 찾아보며 운동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때 긍정적 중독을 느끼게 된다. 긍정적 중독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고 스스로의 삶을 가꾸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긍정적 중독이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좋지만 없다면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