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시리즈 감자전
감자전 하면 떠오르는 집이 있다. 메뉴판에는 수제비와 칼국수도 있다. 계절 메뉴로 겨울에는 팥죽과 팥칼국수 여름에는 열무 국수로 바꾸어 판다. 다 맛있지만 으뜸인 것은 감자전이다. 파자만큼 커다랗고 바싹한 감자전은 생각만 해도 침을 고이게 한다. 약간 성글게 갈아 바삭하게 씹히는 맛에 적당한 두께까지. 게다가 값도 비싸지 않아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 먹는다. 식사 때가 아니어도 식당은 늘 바쁘게 움직인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먹는다는 것은 값과 양과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집은 겉절이 김치도 일품이다. 드라마로 치자면 주연은 감자전이고 조연은 김치가 아닐까 한다. 또 다른 조연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열무와 상추를 넣은 보리밥이다. 고추장 참기름에 비벼 두 수저 먹을 분량이다. 주연의 나오기 전에 조연들이 입맛을 돋워 준다. 수제비에 감자전에 살짝 익은 듯한 겉절이는 서로의 맛을 돕는다.
우리는 쉽게 주연과 조연을 드라마에서 비교한다. 주연 같은 조연이 있어 더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조연 배우의 맛깔난 연기 덕분에 주연 배우가 돋보이고 극은 한층 더 재미있다.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주연이라면 있어야 되는 사람이 조연이 아닐까 한다. 때로는 주연만큼 조연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뗄 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든 주연은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주연이 되지 못하듯 우리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주연이 중요해도 주연만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조연들 만으로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신이 주연은 아니어도 있어야 될 사람으로 남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세상에는 주연만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빛나는 조연들이 있어야 더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멋진 조연들이 세상을 살맛 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라의 대통령, 회사의 회장, 사장 등이 주연이라면 그 밑에 멋진 조연이 있어야 성공한 주연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연과 조연의 자리가 뭐가 대수겠는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야 더 큰 빛을 만들 수 있다. 어느 자리가 더 값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주연인지 조연인지를 잘 아는 것이다. 주연은 주연답게 조연은 조연답게 자신의 자리에 맞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
감자전은 감자전 맛을 잘 내야 하고 김치는 김치 맛을 제대로 내야 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