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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Dec 23. 2021

린다의 어떻게 쓰고 살 것인가

린다 시리즈 가진 것이란

 친구 k가 밥을 먹다 눈물을 글썽인다.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그러면서 마음에 병이 와서 약도 먹었다며 지난 속사정을 이야기한다. 자식에 대한 실망, 갑자기 아프신 부모님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며 많이 힘들었구나 얼마나 힘들었니만 연발하였다.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나 나의 말이 도움이 될까 싶어 간간히 마음 달래줄 말을 했다. 때로는 짧은 몇 마디 말이 큰 힘이 된 경험이 있어 말을 아끼며 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허탈감이 밀려온 적이 있었다. 큰 일을 다 마쳤다는 기쁨보다 이제부터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회의가 들어서 일지 모르겠다. 배우가 연극을 마치고 텅 빈 무대를 보며 적막감을 느꼈다는 기분이 나의 마음 같았다. 배고픔을 미루고 일을 마치고 난 뒤 느껴지는 위산으로 속 쓰림 같은 마음의 통증도 왔다. 힘들어하던 때에 친구 a와 늦은 밤까지 함께 하며 나의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고개 끄덕이며 중간중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는 가진 것이 많잖아” “지금부터 이것을 어떻게 쓰고 살 것인가 생각해” 친구와 헤어지며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했다.      


 가진 것. 우리는 흔히 가진 것이라 하면 돈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물질적인 것으로 말이다. 물론 돈을 많이 가진 것을 제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진 것이 왜 물질만 있겠는가. 누군가는 남다른 솜씨가 있는 재주도 사회성 좋은 성격으로 주위에 좋은 친구가 많이 있는 것도 가진 것이 되지 않겠나. 따뜻한 말과 손길을 잘 건네는 것도 가진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진 것이 있다. 냉장고를 열어 보면 먹을 것으로 찼다.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어떻게 베풀며 살 것인가를 말한 것이다. 체한 듯한 나의 마음에 소화제 같은 말이었다. 그렇지.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떻게 나누며 살아갈까를 생각하자 허탈감에서 밀려오는 기분이 사라졌다.     


 친구 k가 힘든 시간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사는 일이 마음대로 되던가. 누군가 젊은이는 꿈을 꾸며 살고 나이 든 사람은 과거를 꾸며내며 산다고 말했다. 어쩌면 친구는 과거에 꿈꾸었던 것을 현재에 꾸며 보고 싶은 것은 아닌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서글픔과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진인사 대천명’ 나는 이 말이 좋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은 다하지만 일에는 하늘의 뜻도 있다는 말. 지금껏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친구였기에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가졌으면 한다. 지금도 빛나고 있지만 더 빛을 내 주위를 밝히는 것은 어떨지. 내가 힘들 때 친구가 건넨 말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네가 가진 것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란 말.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과거와 서서히 물러서며 손잡은 것을 놓아야 할 때가 아닌지. 현재와 손을 꽉 잡아도 놓치거나 끌려가기 일쑤여서 우리의 현실은 눈 깜짝할 사이 과거가 된다. 현재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과거를 붙잡고 있는 것은 스스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갈까라생각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한 자리에 뭉게구름 같이 두루뭉술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채울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를 세밀하게 말하지만 현재는 구체적이지 않다. 가진 것은 현재이고 살 것인가는 미래를 말한다. 그래서 현재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서 손을 떼고 현재에 발을 담그고 미래의 선을 살짝 밟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가진 것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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